아프간 대통령 "2000억 들고 도주? 빈손이었다…귀국 논의"

아프간 대통령, 탈레반 카불 입성 전 도주
이후 페이스북으로 대국민 연설
"아프간 머물렀다면 교수형 당했을 것"
"현금 들고 도주했다는 주장은 거짓말"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입성 직전 도주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통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FP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입성 직전 도주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돈다발을 들고 도망갔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것이라며 자신이 떠나지 않았다면 끔찍한 재앙이 일어났을 것이라 해명했다.

18일(현지시간) 가니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영상을 공개하며 도피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어내려간 그는 "대통령궁에 있을 때 보안 요원으로부터 탈레반이 카불까지 진입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탈레반은 카불을 점령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아프간에 머물렀다면 아프간 국민들은 대통령이 또 한번 즉결 처형당하는 것을 목격하게 됐을 거다"며 "우리 역사상 끔찍한 재앙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명예로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유혈사태와 아프간 파괴를 피하기 위해 카불을 떠난 것"이라고 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을 점령한 탈레반 /사진=AP

가니 대통령은 아프간 전역을 장악한 탈레반이 카불마저 포위하고 진입하려 하자 지난 15일 부인 및 참모진과 함께 국외로 급히 도피했다. 현재 그는 아랍에미리트(UAE)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가니 대통령이 현금 2000억원을 들고 달아났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모하마드 자히르 아그바르 주타지키스탄 아프간 대사는 가니 대통령에 대해 공금 횡령 혐의로 인터폴 수배를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가니 대통령은 "근거 없는 주장이며 거짓말"이라며 "옷가지만 가지고 왔다. 책조차 가지고 나오지 못했다. UAE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나는 빈손이었다"고 부인했다.

귀국을 논의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가니 대통령은 "아프간의 정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수 있도록 귀국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UAE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가니 대통령과 그의 가족 일행을 맞이했다고 발표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