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청포대해수욕장서 조선왕실 대형 용머리 장식기와 발굴

"삼남 지역의 왕실 건물에 사용하기 위해 운송 중 침몰 추정"
8월 31일∼9월 5일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서 공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충남 태안 청포대해수욕장(남면 원청리) 갯벌에서 조선 전기 왕실 관련 건축물의 지붕을 장식하는 대형 용머리 모양 장식기와(취두·鷲頭) 1개체(2점)를 발굴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유물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지난 6월 청포대해수욕장 일대에서 발굴조사 중에 발견한 것으로, 조선 전기 취두가 온전한 모습으로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취두의 높이는 103㎝, 최대너비가 83㎝다.

눈을 부릅뜨고 입을 크게 벌린 용의 머리 위에 작은 용 한 마리와 나선형의 음각선이 표현돼 있다. 용의 얼굴은 입체적이고 사실적이면서 위엄이 있으며, 비늘이나 갈기, 주름의 표현이 정교하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 취두는 중국 명나라(1368∼1644) 사찰인 지화사(智化寺)의 정문(正吻, 중국 명·청대 장식기와)과 유사하고, 2008년 화재로 소실되기 전 숭례문에 놓인 취두의 형태와 문양이 같다.
이 취두는 지난 2019년 9월 조개를 캐던 지역주민이 같은 장소에서 발견한 취두의 아랫부분 1점, 같은 해 10월 해양문화재연구소가 신고지점에서 수습한 장수상 1점과 함께 오는 31일부터 9월 5일까지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공개된다. 취두와 함께 공개되는 장수상은 높이 30㎝, 최대너비 22㎝로, 몸에 갑옷을 두르고 좌대(座臺)에 앉아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린 모습이다.

움직임에 생동감이 있으며 갑옷 비늘이 섬세하게 표현됐다.

경복궁이나 회암사지에서 출토된 조선 전기 장수상과 형태, 문양 표현 방식 등이 같은 모습이다.
조선 시대에는 궁궐 등 건축물의 지붕에 취두, 잡상(雜像) 등 장식기와를 사용했다.

취두는 주로 위·아래로 나뉜 두 부분 또는 세 부분으로 분리해 만든 다음, 지붕에 얹을 때는 쇠못으로 고정해 연결했다.

잡상은 추녀마루 위를 장식하는 여러 가지 모양의 기와로 장수상을 맨 앞에 배치한다.

연구소는 "서울 지역에서 제작된 장식기와를 삼남(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지역의 왕실 관련 건물에 사용하기 위해 배로 운반하던 중 태안 지역에서 침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취두와 장수상 관련 영상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유튜브(http://youtube.com/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도 볼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