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은 좁다"…작정하고 글로벌 정조준한 '리니지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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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CCO "리니지 시리즈 집대성했다" 자신감
"리니지가 사회의 축소판이라면 W는 세계의 축소판"
"리니지W는 24년의 리니지 시리즈를 모두 집대성한 마지막 리니지다."엔씨소프트가 19일 글로벌 온라인 쇼케이스 '더 월드'에서 신작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W'를 공개했다. 엔씨소프트가 '내수 기업' 꼬리표를 떼고 글로벌 매출을 끌어올리는 카드가 될지 주목된다.
2017년부터 극비리 리니지W 프로젝트 진행
이날 쇼케이스에서 김택진 최고창의력책임자(CCO·Chief Creative Officer)는 "마지막 리니지를 개발한다는 심정으로 준비했다. 리니지W는 리니지의 본질인 전투, 혈맹, 희생, 명예의 가치를 담고 24년 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집대성한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의 결정판"이라고 소개했다.실제로 리니지W는 엔씨소프트가 2017년 6월 리니지M 출시 직후부터 현재까지 극비리에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정도로 수년간 개발에 공 들인 게임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를 두고 "PC용 리니지의 정통성을 계승한 게임"이라고 규정했다.
김 CCO는 "리니지는 단순한 게임이 아닌 대한민국 MMORPG의 역사를 상징하는 대명사가 됐다"면서도 "하지만 출시 후 아쉬움이 있었다. 게임성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리니지 시리즈 확장이 아닌 리니지 본질의 완성에 대한 아쉬움이었다"고 털어놨다.그는 "리니지W의 'W'가 의미하는 것은 '월드'다"라며 "리니지W는 다양한 국가의 사람과 만나 세력을 만들 수 있다. 리니지 핵심 역량인 배틀 커뮤니티를 세계로 확장해서 리니지 전투 감성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리니지를 흔히 '사회의 축소판'이라 하는데 리니지W는 '세계의 축소판'이다. 기존 리니지가 가진 가치와 철학은 리니지W에서도 온전히 이어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유저들의 연합을 의미하는 '글로벌 배틀 커뮤니티' 구현을 위해 리니지W를 '글로벌 원빌드(Global One Build)'로 서비스한다. 여러 국가 이용자들이 하나의 전장(서버)에 모여 협동과 경쟁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다른 언어 사용자 간 원활한 소통을 게임 내에서 실시간 지원하는 '인공지능(AI) 번역', 음성을 문자 채팅으로 자동 변환해 주는 '보이스 투 텍스트(Voice to text)' 기능을 제공한다.
또 리니지W는 게임 구현에 있어 플랫폼 간 구분을 두지 않는 '크로스 플랫폼'으로 서비스한다. PC에서는 엔씨소프트의 크로스 플레이 서비스인 퍼플(PURPLE)로 즐길 수 있다. 플레이스테이션5, 닌텐도 스위치 등 콘솔 기기를 통한 크로스 플레이도 준비 중이다.
리니지W, 엔씨 글로벌 매출 다변화 중책 맡았다
리니지W는 엔씨소프트의 약점으로 꼽히는 '글로벌 매출 다변화'라는 중책을 짊어진 게임이다. 회사 측은 리니지W를 통해 80%가 넘는 국내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이른바 '3N(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으로 불리는 라이벌 넥슨과 넷마블에 비해 엔씨소프트의 해외매출 비중은 상당히 낮다. 지난해 엔씨소프트의 매출은 2조4162억원으로, 이중 해외매출은 16.6%인 4032억원에 불과했다. 대부분 매출을 국내에서 올리는 상황. 올 1분기에도 해외매출은 전체 매출 5124억원의 18.6%인 956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2분기에는 대만과 일본에서 리니지2M이 선전하면서 해외매출 비중이 20%대로 확대됐다.반면 넥슨은 지난해 매출 2930억2400만엔(약 3조1306억원) 중 43%인 1280억4400만엔(약 1조3680억원)을 해외에서서 벌었다. 넷마블도 지난해 매출 2조4848억원 중 72%인 1조7909억원을 해외에서 쓸어 담았다. 해외매출 비중만 놓고 보면 엔씨는 넥슨의 2분의 1, 넷마블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그간 국내 매출 의존도가 높고 글로벌 시장 진출이 경쟁사들에 비해 느리다는 점은 꾸준히 엔씨소프트의 약점으로 지적됐다.
엔씨소프트는 그간 '길드워' 시리즈, '아이온', '블레이드 앤 소울' 등 PC 게임을 북미·유럽 지역에 선보였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진 못했다. 모바일 게임도 리니지M과 리니지2M으로 일본과 중국 문화권 공략에는 어느정도 성공했지만, 유럽이나 북미 지역으로 확장하지는 못했다. '내수 기업' 꼬리표를 떼기 위해 김 CCO가 꺼내든 카드가 리니지W라 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 특히 게임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북미와 유럽 게임 시장에서의 성공은 김 CCO의 숙원으로 알려졌다. 오래 전부터 엔씨소프트의 북미법인을 운영한 것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사례를 쓰길 원했던 김 CCO의 의지가 컸다. 김 CCO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글로벌 입지를 다지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북미 시장서 한 차례 고배…새 역사 쓸 수 있을까
리니지가 그동안 북미 시장 문을 안 두드린 건 아니었다. PC판 리니지는 2001년 미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10년간 부진을 거듭하다 결국 2011년 미국에서 철수했다. 2018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모바일역할수행게임(RPG) '리니지2 다크 레거시' 역시 정식 서비스되지 못했다.해외 시장에서 리니지가 실패한 원인으로는 한국형 MMORPG의 한계가 지목됐다. 외국계 MMORPG가 하나의 거대 스토리를 진행해 가는 과정에서의 퀘스트 수행이나 다른 이용자와의 연계성을 강조한 반면, 한국 MMORPG는 단순 반복 사냥과 퀘스트로 캐릭터 레벨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한국형 MMORPG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는 '부분 유료화' 수익 모델도 리니지W가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서구권 게임들은 주로 '페이 투 플레이(Pay to Play·게임 패키지를 구매해 즐기는 방법)' 수익 모델로 설계된다.
블리자드가 개발한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대표적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정액제 요금에 가입해야 한다. 이용 기간은 7시간부터 180일(6개월)까지 다양하다. 게임 내 유료 서비스가 있지만 게임 캐릭터 능력에 관여하는 부분은 크지 않다.
반면 한국형 MMORPG는 기본적으로 '페이 투 윈(Pay to Win)' 구조를 취하고 있다. 게임 자체는 무료지만 캐릭터가 강해져 게임을 즐기려면 돈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확률형 아이템 구조는 돈을 들여도 운이 없으면 원하는 아이템이 나오지 않아 반복 과금이 유도된다. 서구 이용자들이 이 부분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가운데 엔씨소프트는 19일(한국시간) 리니지W의 글로벌 사전예약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이용자는 리니지W 공식 홈페이지와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에서 사전 예약에 참여할 수 있다. 모든 예약자는 게임 출시 후 다양한 아이템을 받을 수 있고, 이용자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리니지W 뉴스레터' 구독을 신청할 수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