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소리에 문 열자…총 든 탈레반 "출근 안 하냐" 압박

탈레반 '공포 정치' 현실화
탈레반 기습적 가정방문 증언 이어져
미제 M16 소총 든 탈레반 / 사진=AP
극단주의 무장정파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가운데, 이들이 가정집 문을 두드리며 경제활동 재개를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아프간 주요도시에서는 총기를 소지한 탈레반 조직원들로부터 기습적인 가정방문을 받았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매체에 따르면 아프간 서부 헤라트에 사는 와시마(38·여)는 전날 아침에 총을 든 탈레반 조직원 3명의 방문에 놀랐다. 이들 조직원은 와시마의 신상정보를 받아 적고 구호단체에서 하는 업무와 월급을 묻더니 출근 재개를 지시했다.

이 같은 탈레반의 가정방문은 출근 장려를 넘어 새 정권에 대한 공포 주입을 위해 기획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아프간은 외국 주둔군의 철수 뒤 소비지출 감소, 자국 통화의 가치 하락, 외화 부족으로 경제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수도 카불은 국민들의 탈출행렬로 북적거리는 공항 주변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활동이 미미한 상태다.탈레반은 아프간 수도 카불을 장악한 이후 처음으로 연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평화뿐만 아니라 경제적 번영을 강조했지만 탈레반의 집권층이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교조 이념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제 변화에 얼마나 반영이 될지 미지수인 실정이다.

구태를 벗어나겠다는 탈레반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국민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탈레반은 지난 1996∼2001년 집권기에 여성이 일하러 나가지 못하도록 했고 소녀들은 학교에 가지도 못하게 했다. 여성들에게는 공공장소에서 돌로 치는 가혹한 형벌이 있었기 때문.

탈레반이 정치보복을 우려해 탈출하려는 이들을 막지 않겠다는 애초 약속과 달리 합법적 조건을 갖추고 출국하려는 주민들의 카불공항 진입조차 막고 있다는 외신의 보도도 나오고 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