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취업 구직자 222명 속이고 돈 챙긴 목사 징역 4년 6개월

법원 "목사 명망 이용, 취업 브로커로 활동해 피해 확대됐다"
기아자동차 취업 사기에 관여한 목사가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9단독 김두희 판사는 19일 사기, 근로기준법 위반, 사기 방조 혐의로 기소된 목사 박모(53)씨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박씨와 함께 취업 알선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회 장로 이모(59)씨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또 다른 목사 A씨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박씨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아차 공장 취업을 도와주겠다며 구직자 222명에게 모두 21억원을 받아 일부를 장모(36)씨에게 전달하고 개인적으로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장씨는 기아차 협력업체에 다니다가 돈을 주고 정규직으로 채용된 것처럼 주변을 속였고 자신이 다니던 교회 목사인 박씨로부터 소개받은 교인 등을 대상으로 취업 사기 행각을 벌였다.

장씨는 600여명을 상대로 135억원을 챙긴 혐의로 올해 3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장씨는 박씨가 주범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장씨가 이미 2018년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취업 사기를 벌였고 불법 도박사이트를 이용하며 원금 40억원 이상을 잃었던 점 등을 근거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장씨가 의도적으로 피해자들을 속인 것을 알지 못했다는 박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사기방조 혐의는 무죄를 선고하고 사기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장로 이씨는 피해자들에게 취업보증금을 500만원가량 부풀려 요구한 뒤 차액을 자신이 취해 혐의가 인정됐으나 이익 상당액을 반환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했다. 함께 기소된 다른 목사 A씨의 경우 박씨와 2016년부터 대여금·투자수익금 명목으로 금전 거래를 했고 자신과 가까운 지인이나 교인을 소개해,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영리를 목적으로 취업에 개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김 판사는 "박씨는 장씨가 말한 일명 '취업보증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아 일부를 챙겼다"며 "피해자가 222명에 달하고 상당수가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다.

목사로서 명망을 이용해 취업 브로커로 활동해 피해가 확대된 측면이 있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하지만 취업을 청탁한 일부 피해자들에게 생활비를 지원하는 등 개인적으로 사용한 금액은 절반 이하로 보이고 피해 일부를 회복해 몇몇 피해자는 처벌을 원치 않는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