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증시…'배당주·EMP 펀드'가 돌아왔다

증시 주춤하자 '피난처 펀드' 각광

배당주 펀드, 3개월간 3025억 유입
삼성배당주펀드 수익률 15% 1위
EMP펀드, 하락장에서도 '선방'
이자소득 쌓는 '인컴펀드'도 주목

주식형 펀드 1조 가까이 순유출
"하반기 변동성 대비전략 세워야"
주식시장이 조정받기 시작함에 따라 ‘피난처 펀드’로 투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한 방’을 노리기보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피난처 3대장으로 불리는 배당주, 인컴, EMP(ETF Managed Portfolio) 펀드로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다.

주식형 펀드 1조원 썰물

1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국내 배당주펀드에 3025억원이 순유입됐다. 초분산 상품으로 불리는 EMP펀드에 1095억원, 배당과 이자 등으로 고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인컴펀드에는 867억원이 들어왔다.

다른 펀드에서는 돈이 빠지는 것과 대조된다. 작년 인기를 끌었던 레버리지 펀드에서는 최근 3개월간 2276억원이 순유출됐다. 코스닥벤처펀드에서도 1666억원이 빠졌다.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에서는 9337억원의 투자금이 순유출됐다.

피난처 펀드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31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미국의 테이퍼링 우려, 원·달러 환율 급등, 코로나19 재확산이 주식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수익보다는 안정성이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15% 수익 낸 배당주펀드

배당주펀드는 하락장에서 역주행하는 대표적 상품이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8.4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인 7.77%를 넘어섰다. 배당주펀드 수익률 1위인 삼성배당주장기1은 지수의 두 배인 15.58%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혼란스런 상황에서 배당주 투자가 유력한 대안이라고 말한다. 연말 배당 시즌을 기대할 수 있고,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금이 추가로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삼성배당주장기1호를 운용하는 김지운 삼성액티브자산운용 팀장은 “배당금이 꾸준히 나올 수 있는 성장 배당주가 특히 유망할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고배당주,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해 꾸준한 이자소득을 쌓는 인컴펀드도 주목받고 있다. 인컴펀드는 주식형 펀드에 비해 목표 수익률을 낮게 잡지만 변동성이 작아 최근 증시에 대응하기 좋다는 분석이다.실제 인컴펀드는 코스피와 반대로 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6개월간 코스피는 0.3% 하락했지만 인컴펀드는 4.98%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3년 수익률도 21.02%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수익을 내는 게 장점이다.

ETF 초분산하는 EMP도 인기

EMP펀드는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을 여러 ETF에 나눠 투자하는 초분산 상품이다. 시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리밸런싱(비중 조절)하기 때문에 변동성 장세에서 유리하다. ETF 외에 채권, 대체투자 자산 등도 편입해 위험을 최소화한다. 김성봉 삼성증권 상품지원담당은 “개인투자자가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며 리밸런싱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지금과 같이 증시가 불안정한 시점에서 EMP펀드는 가장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EMP펀드는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44개 EMP펀드는 국내외 증시가 하락세에 접어든 1주 전에 비해 평균 0.28%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각각 1.92%, 1.07% 하락했다.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KTB글로벌EMP펀드(연초 이후 22.58%)다. 이 펀드는 미국 대형주와 유럽, 신흥국에 모두 분산투자한다. 지난 6월 18일 기준 포트폴리오에 ‘스파이더 S&P500 ETF(24.13%)’, ‘뱅가드 FTSE 유럽 ETF(17.20%)’, ‘아이쉐어 코어 MSCI 이머징 마켓 ETF(9.51%)’ 등을 담고 있다.

박현식 하나은행 투자전략부 팀장은 “올 하반기에는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 등 이슈로 주식과 채권시장 모두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위험분산을 위해선 국내 ETF 비중이 높은 상품보다는 글로벌 ETF를 골고루 담고 있는 상품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박의명/서형교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