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령으론 과로 못 막아" vs "처벌 대상 좁혀야"

입법 예고 종료 앞둔 시행령 제정안 토론회서 노사 의견 충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에서 다뤄진 '직업성 질병' 범위에 뇌심혈관계 질환이 빠진 것 등을 놓고 19일 노동계와 경영계가 날카롭게 대립했다.김광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에 대해 "직업성 질병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뇌심혈관계 질환 등 만성 질환 및 직업성 암 등이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대표이사 등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으로,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중대 재해에는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질환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한 직업성 질병도 포함되는데 정부가 입법 예고한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은 중대 재해에 해당하는 직업성 질병 범위에서 뇌심혈관계 질환 등을 제외했다.노동계는 과로가 주원인인 뇌심혈관계 질환을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면 산업 현장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을 막을 수 없다고 우려한다.

김 본부장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라는 조항 속 문구로 볼 때 (시행령 제정안이 규정한) 직업성 질병에 해당하더라도 처벌받는 사업장은 전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자가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숨질 경우 사망자 발생에 해당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이에 대해 최명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실장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사망은 법 적용 대상이 되고 식물인간 등 장기 치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뇌심혈관계 질환 등에 따른 사망에 대해 중대재해법을 적용하는 것도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본부장은 "뇌심혈관계 질환 등은 정부의 직업성 질병 선정 기준인 '인과관계의 명확성, 사업주의 예방 가능성, 피해의 심각성'을 충족하지 않아 해당 질병으로 인한 사망에 대해 중대재해법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임 본부장은 "(뇌심혈관계 질환 등) 만성 질환 사망자까지 법 적용 대상인 사망자 범위에 포함된다면 (산재 인정을 위한) 업무상 질병 여부 판정이 처벌과 연계되는 만큼, 엄격한 판정이 불가피해 업무상 질병 인정률이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는 잠재적 처벌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가족력 보유자, 기저질환자, 치료 경력 확인자 등 질병 발생 가능성이 큰 사람의 채용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는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의 입법 예고 기간 종료(이달 23일)를 앞두고 노사 의견수렴을 위한 것으로, 전날부터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