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5개 몰아친 이가영…"첫승은 정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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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원리조트오픈 1R 공동 선두19일 이가영(22)이 강원 정선군 하이원리조트CC(파72·6511야드) 8번홀(파3)에서 친 티샷이 매끄러운 호선을 그린 뒤 그린에 떨어졌다. 홀컵까지 고작 한 뼘 남짓 떨어진 자리에 공이 멈췄다. 이가영의 얼굴에 아쉬움이 담긴 듯한 웃음이 번졌다. 1.3캐럿 다이아몬드 목걸이(1500만원 상당)가 홀인원 상품으로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주니어 시절 최혜진과 '쌍벽'
올 5개 대회 '톱10' 등 상승세
'디펜딩 챔프' 임희정 공동 3위
고향에서 2연패 이룰지 주목
박희영·주영 자매 이븐파 선전
공식대회 같은 조 경기는 처음
이가영은 비록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놓쳤지만 생애 첫 우승에는 한발 더 다가섰다. 국민쉼터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기록하며 허다빈(23)과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이가영의 시간’ 시작될까
이가영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데뷔 3년차다. 박현경(21) 임희정(21) 조아연(21)과 데뷔 동기로, KLPGA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황금세대’ 중 하나다. 10승을 차지한 최혜진, 3승을 따낸 이소미(22)와는 동갑내기 친구다. 아마추어 시절 송암배, KLPGA 회장배 등 굵직한 주니어 대회 우승 트로피를 쓸어담으며 최혜진과 주니어 무대의 양대산맥을 구축하기도 했다.하지만 정규투어 데뷔 후 아직 첫 승을 올리지 못했다. 신인 시즌 상금랭킹 25위, 2년차인 작년엔 42위로 마쳤다. 일찌감치 승수를 쌓아올린 친구들을 보면 조급함이 생길 수 있는 상황. 그는 “먼저 우승한 친구들이 부럽다”면서도 “사람마다 때가 다르고 잘 풀리는 시기가 제각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묵묵히 자신의 시간을 기다려온 이가영은 올 시즌 상승세를 타고 있다. 5개 대회에서 톱10에 이름을 올렸고 지난달에는 맥콜·모나파크 오픈에서 김해림(32)과의 연장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이날 경기에서는 보기 없는 무결점 플레이로 첫 승에 한발 다가섰다. 경기를 마친 뒤 그는 “날씨가 좋지 않아서 안전하게 플레이했는데 오히려 버디 찬스가 많이 생겼다”며 “퍼트 감각도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첫 라운드에서 거둔 좋은 감각을 마지막까지 이어가는 게 관건이다. 그는 “우승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래도 기다리고 있다”고 밝히는 등 우승을 향한 강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박희영·주영 자매, 나란히 이븐파
이날 경기에서는 프로 데뷔 후 처음 같은 조에서 경기한 박희영(34) 박주영(31) 자매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나란히 이븐파 72타를 적어내 중위권에서 출발했다. 둘은 10년 넘게 프로 생활을 하고 있지만 공식 대회에서 한 번도 같은 조로 경기한 적이 없다. 언니 박희영이 2005년 KLPGA투어에서 신인왕을 차지한 뒤 2008년부터 미국에서 뛰고 있어서다. 박주영은 언니가 미국으로 건너간 해 국내에서 프로로 데뷔했다.미국과 한국에서 3승씩을 보유한 박희영은 강한 바람에 고전해 기대만큼 성적을 내진 못했지만 라운드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박희영은 “날씨가 추워서 생각만큼 버디 기회가 없었는데 내일은 버디를 많이 잡도록 공격적으로 경기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직 우승 소식이 없는 동생을 위한 덕담도 잊지 않았다. 박주영은 지난 5월 열린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승 문턱까지 갔다가 결승에서 박민지(23)에게 패했지만 꾸준히 우승 경쟁에 나서고 있다. 박희영은 “동생의 샷이 많이 좋아졌다”며 “꾸준히 하던 대로 하면 우승도 금방 할 것 같다”고 말했다.디펜딩 챔피언으로 자신의 고향 강원도에서 올 시즌 첫 승을 노리는 임희정은 이날 3언더파 공동 3위로 마무리 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