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 간판 단 與의 '언론 재갈법' 강행, 시대 역행 폭거다

‘반(反)민주 악법’이라는 국내외의 거센 비판에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그제 소집된 문체위 안건조정 소위원회에서 범여권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을 ‘야당 몫’으로 집어넣는 ‘알박기 꼼수’까지 동원해 이 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다시 입법 폭주의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여당은 이 법안을 국회 법사위를 거쳐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선진국이라는 한국이 ‘언론 후진국’으로 낙인찍힐 판이다.

이 법안이 소위 ‘언론 재갈법’으로 불리는 이유는 언론 보도를 위축시킬 독소조항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당이 일부 수정했다지만 본질은 그대로다.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 책임을 물리고, 손해배상 하한선을 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 ‘허위·조작 보도’는 형법과 민법으로도 처벌과 손해배상이 가능한 마당에 이중처벌이 아닐 수 없다. 공직자, 선출직 공무원 등은 손배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한발 뺐으나 차관급 이상으로 한정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허위·조작’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숱한 비판에도 강행한 것은 자의적 판단으로 언론을 옥죄겠다는 의도다.이 법안에 대해 국내 언론 관련 단체와 노조, 학회, 변호사협회 등은 물론 세계신문협회(WAN-IFRA), 국제언론인협회(IPI)까지 철회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민주주의 말살법’으로 보기 때문이다. 친여 성향의 정의당조차 “언론을 정권의 홍보매체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대하고,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과도하다”고 한 판국이다.

이토록 반대 의견이 광범위하면 듣는 척이라도 해야 할 텐데, 여당은 되레 온갖 꼼수와 무리수로 기어이 끝장을 보겠다는 기세다. 25일부터 문체위 상임위원장이 야당(국민의힘)으로 넘어가면 법안 처리가 힘들까봐 90일 내 협의 가능한 안건조정위도 생략한 채 ‘의원 알박기’라는 파렴치한 행태까지 벌였다.

언론의 기본 임무인 권력 감시와 비판을 봉쇄하는 것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일이다. 언론의 존재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여당이 과연 당명에 ‘민주’를 붙일 자격이 있는지, 국격에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엊그제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고, 누구도 이를 흔들 수 없다”고 한 말은 대체 어느 나라 얘기인가. 여당이 끝까지 강행 처리한다면 민심의 거센 심판을 다시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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