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쏟아지자…바이든 "모든 미국인 대피 때까지 아프간 주둔"

늦어지는 대피에 입장 선회
미군 철수시한 연장 시사

美·IMF 제재로 돈줄 막히자
총 든 탈레반 "출근하라" 지시

아프간 이틀째 '독립기념일 시위'
여성도 국기 들고 "기본권 보장"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후에도 미군을 예정대로 철수시키겠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철수 시한 연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아프간에 있는 미국인들의 대피가 늦어지고 있는 데다 섣부른 철수 결정으로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쏟아져서다. 탈레반은 경제적 궁핍과 외교적 고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아프간 국민을 총으로 위협하며 경제활동 복귀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일찍 백악관 복귀한 바이든

바이든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미국인이 대피할 때까지 미군을 아프간에 주둔시킬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만약 그곳에 미국 시민이 남아 있다면 우리는 그들을 모두 구출하기 위해 주둔 기한을 연장해서라도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 기간이 언제까지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6일 백악관 기자회견 때만 해도 미군 철군에 대해 “아프간 정부가 포기한 전쟁에서 미군의 희생은 더 이상 안 된다”며 “오는 31일까지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에 있는 미국인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안다”고 했다. 하지만 “미군 철군이 혼란 없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항변했다.미국은 아프간에 체류 중인 미국인 대피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목표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미 국방부는 하루평균 2000명씩 이날까지 모두 5000명이 아프간을 빠져나왔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하루평균 대피 인원 목표를 5000~9000명으로 잡았다. 하지만 탈레반이 아프간인의 출국을 저지하면서 탈출 작전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예상보다 어렵게 돌아가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예정보다 하루 일찍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그는 백악관 외교안보팀을 모두 불러 아프간 사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탈레반 마약 밀수로 자금 마련”

국제통화기금(IMF)은 아프간에 예정된 특별인출권(SDR) 배정을 막았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가 미국 내 아프간 정부 자금을 동결해 탈레반의 접근을 차단한 데 이어 IMF에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압박했다고 전했다. SDR은 IMF 회원국이 외환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달러, 유로 등의 국제통화로 자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한 권리를 말한다.영국 일간 가디언은 탈레반이 외화자산에 대한 접근이 차단돼 재정 위기에 처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BBC 등은 “아프간에 여러 광산이 있지만 중국 등과 쉽게 사업을 벌이기 어렵다”며 “해외 원조가 끊기면 결국 아프간의 마약 거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탈레반은 전날 아프간 점령 후 첫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마약류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아프간 경제 상황 악화로 난민이 급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은 앞으로 아프간 난민들이 유럽으로 대량 유입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은 아프간 난민 문제에 우호적인 입장이지만 오스트리아와 그리스 등은 “또다시 아프간 난민의 관문이 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탈레반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경제활동 재개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로이터는 탈레반 조직원들이 총을 들고 아프간 가정집을 방문해 출근을 독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로이터는 “탈레반이 구태를 벗겠다는 말을 하지만 아프간 국민은 여전히 조심스럽다”고 했다.아프간 독립기념일인 19일에는 수도 카불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탈레반에 저항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일부 여성도 국기를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이날 탈레반이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하면서 동부 잘랄라바드에서 4명 이상이, 군나르주에서 3명이 숨졌다. NYT는 “시위가 확산하면서 탈레반은 통치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전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맹진규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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