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벤처 손잡는 로펌 "법안분석 10배 빨라져"

로펌 IN & OUT

지평, 컨설팅 스타트업과 협업
21대 국회 발의법안 1만개 분석

원·동인, 법률 AI연구소와 맞손
비대면 법률서비스 강화나서
Getty Images Bank
중견 로펌을 중심으로 ‘리걸테크(법률과 기술의 결합)’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스타트업과 손잡고 인공지능(AI)에 기반한 데이터 분석 리포트를 고객에게 서비스하거나 스타트업의 기술을 접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등의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지평은 지난달 AI 기반 전략분석 컨설팅 스타트업인 스트래티지앤리서치(SNR), 한국리서치 등과 함께 ‘21대 국회입법 진단과 전망’ 프로젝트의 결과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는 산업, 경제, 노동 분야에서 국회의원들의 발의·가결 법안 등을 분석했다. 특히 지난 1년간 통과된 산업-경제 분야 법안 가운데 조세 관련 법안 비중이 절반(51.3%)을 넘는 것을 밝혀냈다. 코로나19 장기화 영향으로 세금 부담을 덜어 주는 법안이 많았다는 분석이다.현재 가결된 법안에 대한 통계뿐만 아니라 앞으로 입법 확률이 높은 분야의 법안도 예측해준다. 박원근 SNR 대표는 “단순 예측뿐만 아니라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해당 법안의 가결 확률이 높은 이유까지 설명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입법자문 업무 서비스 수준을 고도화하기 위해 SNR, 한국리서치와 손잡고 AI 기술을 접목했다는 게 지평의 설명이다. 김진권 지평 변호사는 “이전에는 변호사들의 견해로 법안의 가결 가능성을 평가했었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여론 데이터, 정책 중요도, 법안 발의자 등 여러 데이터를 활용한 과학적 분석 결과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지평은 스타트업의 AI 기술을 활용해 업무 효율성도 끌어올렸다. 김 변호사는 “21대 국회가 발의한 법안만 1만 개가 넘는다”며 “기존에 한두 건의 입법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었던 시간에 지금은 10건 이상의 법안 분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AI를 이용해 법안을 대량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앞으로 해당 자료가 대관업무를 보는 기업 실무진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살펴보는 데도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법자문은 기업이나 법안 이해관계자들에게 특정 법안의 입법 확률 등에 대해 조언하고, 대관업무를 돕는 법무법인 핵심 업무 가운데 하나다.

로펌과 스타트업 간 협업 사례를 살펴보면 대형 로펌보다 중견 로펌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AI를 통한 데이터 분석, 판결문 분석 등이 대형 로펌보다 인력이 부족한 중견 로펌에서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 AI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인텔리콘연구소도 지난해 5월 법무법인 원, 동인 등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두 법무법인은 인텔리콘의 법률 AI 프로그램 ‘유렉스’ ‘법률메카’ ‘알파로’ 등을 사용 중이다. 유렉스는 특정 사건을 검색하면 법령, 판례, 관련 법안까지 전부 연계해주는 AI 프로그램으로, 변호사들의 업무 효율성을 대폭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AI 프로그램은 2018년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 가장 먼저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300만건 이상의 법률정보를 학습했다. 오정익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보이스피싱을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관련 판례뿐만 아니라 어떤 법안과 연관돼 있는지 자세히 알려준다”며 “업무에 드는 시간이 줄어들어 훨씬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이처럼 법무법인과 법률 스타트업 간 업무협약은 고도화된 AI 법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는 등 선순환 효과가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임영익 인텔리콘연구소 대표는 “변호사들이 프로그램을 이용한 뒤 피드백을 해주면 시스템 고도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