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괴롭힘에 日 여중생 숨졌는데…교감 "가해자 미래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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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 때문에 10명의 미래를 망칠 것인가"지난 3월 일본에서 집단 괴롭힘에 시달리다 실종된 후 공원에서 동사한 채 발견된 여중생의 사건과 관련해서 해당 학교 측의 교감이 가해자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18일 삿포로 TV 방송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3월 23일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의 공원에서 히로세 사아야(14)가 숨진채로 발견됐다. 현재 그가 겪던 집단 괴롭힘에 관한 교육 당국의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이날 사아야의 어머니는 "진상을 알고 싶다"면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아야의 어머니는 "딸이 없어졌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언젠가 다시 (사아야가) 돌아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이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2019년 중학교 입학 직후부터 사아야는 또래 친구들에게 집단 괴롭힘과 성폭력 등에 시달리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해 5월에 "사아야가 '엄마, 죽고 싶어'라고 말했다. 최소 2번은 그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사아야의 어머니는 딸이 다니던 중학교에 5번도 넘게 왕따 문제를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막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어머니는 "사아야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상을 밝혀달라"며 "학교, 교육위원회와 사아야의 왕따 문제에 대해 몇 번씩 상담했으나 모두 왕따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위원회의 태도가 왕따를 은폐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유족 측 변호사 "(괴롭히는) 문자 메시지도 있고 사진도 있는데 이것을 보고도 집단 괴롭힘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라며 "심지어 (교감이) '가해자 10명의 미래와 피해자 한 명의 미래 중 무엇이 중요한가. 한 명 때문에 10명의 미래를 망칠 것인가. 뭐가 일본의 미래에 도움이 되나?'라고 말했다"라고 지적했다.
일본 경찰 조사 결과 10명의 가해 학생이 드러났지만, 촉법소년이라 처벌을 피했고, 학교는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한편, 사아야는 지난 2월 행방불명됐다. 이후 3월 23일 한 공원에서 녹은 눈 사이로 그의 신체 일부가 드러나며 발견됐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