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하락은 추세적 vs 계절적 요인에 불과

19일(현지시간) S&P 500 지수는 0.13% 올라 사흘 만에 상승했습니다. 나스닥도 0.11% 올랐고, 다우만이 0.19% 하락했습니다.

소폭 반등도 힘겨웠습니다. 주요 지수는 0.6~07% 수준의 내림세로 장을 시작해 몇 번이나 상승과 하락을 오가며 방향성 없이 표류했습니다. 시장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았지만, S&P 500 지수와 나스닥이 상승세로 마감한 건 전날 장 마감 뒤 2분기 89% 증가한 주당순이익(EPS)을 발표한 엔비디아가 4% 가까이 올라 시장을 견인한 덕분입니다.
델타 변이로 인해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전날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미 중앙은행(Fed)이 올해 테이퍼링 실시를 고려하고 있는 점이 드러난 게 시장 전체에 계속 부담을 줬습니다.
전날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3분기 GDP 전망치를 9%에서 5.5%로 낮췄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외식, 여행 등 서비스 분야 지출이 감소할 것으로 본 것입니다. 또 공급망 문제로 인한 자동차 생산 부진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6.4%에서 6%로 낮췄습니다.
골드만삭스뿐 아닙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3분기 GDP 추정치를 연율 4.5%까지 낮췄습니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도 3분기 GDP 성장률 전망을 10%에서 7%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경기 회복을 막는 요인은 델타 변이만이 아닙니다. 공급망 혼란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급등한 물가도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3.75%로 제시했습니다. 델타 변이에 자동차, 가전제품 등의 단기 가격 상승세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도요타가 반도체 공급난을 이유로 다음 달 생산량을 계획보다 40%가량 줄이는 감산을 결정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이런 소식은 시장에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엔비디아 시스코 등 좋은 실적을 내놓은 대형 기술주들이 이날 장세를 이끈 가운데 부동산, 필수소비재, 헬스케어, 유틸리티 등 경기방어주에 매수세가 몰렸습니다. 반면 소재, 에너지, 금융, 산업 등 경기순환 업종은 크게 떨어졌습니다.
특히 국제 유가는 이날 2.44% 내린 63.96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 5월 이래 석달새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지난 7월에 기록한 최고치 76달러에서 20% 가까이 내린 것입니다. 특히 이날까지 6일 연속 하락했는데, 이는 작년 4월 처음입니다.

금리도 테이퍼링 논의에도 불구하고 0.3bp 내린 1.243%로 마감했습니다. 경기 회복 지연 요인이 더 많이 반영된 겁니다.
구겐하임자산운용은 이날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해 국채 금리가 오르기 어렵다'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구겐하임은 "델타 변이 확산은 경제 회복을 방해하고 있다. 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델타 변이 확산이 경제에 영향을 미칠지 명확하지 않다'라고 말했지만 7월 소매판매 등 최신 데이터를 보면 이미 소비자 행동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각종 지표를 보면 항공여행과 레스토랑, 호텔 등에 대한 지출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또 미시간대 8월 소비자 태도 지수를 보면 이는 소비심리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소비심리의 급격한 하락은 소비를 더 누를 수 있습니다.
구겐하임은 "좋은 소식은 델타 변이로 인해 경제가 엄격한 봉쇄에 들어갈 정치적 의지가 낮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제적 회복이 완전히 반전될 가능성은 낮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3분기 경제 활동 둔화에 대한 증거는 앞으로 몇 주 동안 이어질 것이며, 2021년 GDP 성장률은 Fed의 전망치에 도달할 수 없다"라며 "이런 경제 지표 둔화는 Fed가 테이퍼링 시기와 속도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도록 할 것이며, 이는 금리를 낮게 유지시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Fed의 올가을 계획(테이퍼링)에도 델타 변이가 영향을 줄 수 있다'( Delta Variant May Come for the Fed’s Fall Plans Too)라는 기사에서 "미국인들은 점점 더 델타 변이에 대해 걱정하고 조심스러워지고 있다. 팬데믹이 다시 악화할 수 있는 환경에서 Fed는 테이퍼링 시기에 더 많은 유연성을 가질 필요를 느낄 수 있다. 그것은 26~28일 시작되는 잭슨홀 회의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외환 시장에선 달러 강세가 두드러졌습니다. ICE 달러인덱스 기준으로 5개월 내 가장 높은 수준 93.6까지 올라갔습니다. 델타 변이에 테이퍼링 위험까지 겹치자 모두가 안전자산인 달러로 몰려드는 형국입니다.

중국발 나쁜 소식도 뉴욕 증시를 누르는 요인입니다. 전날 텐센트가 "더 많은 규제를 예상해야 한다"라고 경고하면서 텐센트와 알라바바 등 중국 기술주가 또다시 6%씩 떨어졌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소수의 번영은 옳지 않다"라고 밝힌 여파로 LVMH 버버리 등 글로벌 럭셔리 주식들도 6%씩 폭락했습니다.

시장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비관론자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10% 이상 조정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당분간 약세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윌슨은 “올해 강력한 소비가 각종 부양책에 의거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내년 기업 이익 증가는 월가 컨센서스만큼 낙관적이지 않다. 또 인프라 법안 통과에 따른 법인세율 인상도 기대된다. 여기에 Fed는 테이퍼링을 시작해 주식 밸류에이션이 부담을 줄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내년도 컨센서스보다 낮은 기업 이익과 낮은 주식 밸류에이션이 결합하면 향후 몇 분기 동안 미국 주가지수는 상승 여력이 거의 없다고 믿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올해 말 S&P 500 지수의 목표치를 3900에서 4000으로 높였습니다. 여전히 현재 수준보다 10%가량 낮습니다. 윌슨 CIO는 "투자자들은 좀 더 방어적으로 헬스케어, 필수소비재, 유틸리티 업종에서 고품질 주식을 찾을 것"을 권고했습니다.
삭소뱅크는 그동안 시장 상승의 동력이 각종 부양책임을 상기시켰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1분기 이후 주식에서 원자재까지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었고 특히 지난 6월 Fed가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을 논의하기 시작한 뒤 시장 조정의 위험은 증가했다. 여기에 어제 7월 FOMC 회의록은 Fed가 테이퍼링 준비가 됐음을 느끼게 해줬다. 이제 Fed는 양적완화(QE)의 문을 닫고 있다. 이는 지금이 팬데믹 이후 시장이 후퇴할 위험이 가장 크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월가 일부에선 이번 조정은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이미 예견됐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경기 회복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조정은 일시적일 것이란 뜻입니다.
사실 8월은 계절적으로 뉴욕 증시가 가장 낮은 수익률을 보여왔던 시기이고 특히 8월 하반월은 더욱 그렇습니다. 또 이 시기에는 통상 변동성 지수(VIX)도 치솟습니다. 이런 패턴은 1990년 이후 30년 동안 지속되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 막판에는 시장 거래량이 매우 적기 때문에 통상 변동성이 커진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지난 16일 S&P 500 지수 종가 4479.71는 작년 3월 저점으로부터 두 배가 넘게 상승한 겁니다. 지난 2002년부터 이처럼 지수가 두 배 이상 올랐을 때는 대부분 큰 폭의 조정을 겪었습니다.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는 미국 경제의 회복세는 조금 느려졌지만, 여전히 회복 경로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전주(~14일)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직전 주보다 2만9000건 감소한 34만8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예상치 36만5000건을 밑돌았을 뿐 아니라 팬데믹이 시작되던 지난해 3월14일(25만6000건) 이후 가장 적은 수준입니다. 특히 지난 7월31일로 끝난 주까지 모든 종류의 실업급여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는 사람 수가 직전 주보다 31만1787명 감소한 1174만 명으로 집계되어 1200만 명을 밑돌았습니다. 작년 4월 말 이후 가장 처음입니다.
모건스탠리의 로버트 로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WSJ 인터뷰에서 "증가하는 델타 변이 감염 사례가 실업수당 청구건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드시 가정해서는 안 된다"라며 "데이터를 보면 특정한 소비 영역은 냉각되기 시작할 수 있지만, 전반적인 소비 활동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노동 수요는 여전히 매우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7월 경기선행지수가 전월보다 0.9% 상승한 116.0을 기록, 델타 변이 확산에도 월가 예상치를 웃돌았습니다. 예상치인 0.7%도 넘어섰습니다. 콘퍼런스보드는 " "델타 변이와 인플레이션 공포가 단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역풍을 일으킬 수 있지만, 경기선행지수의 전반적 상승 추세는 올 하반기 강력한 경제성장과 일치한다"고 말했습니다.
오펜하이머자산운용의 존 스톨츠푸츠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비관론자와 하락론자, 그리고 긴장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 생기는 조정은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기업들의 좋은 실적과 회복되고 있는 고용, 그리고 긍정적 경기 전망은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연말까지 주가를 더 높이기에 충분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델타 변이로 인해 소비자가 지출을 일부 줄이는 것은 위험 요인이지만, 위험 요인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Fed의 테이퍼링 계획을 시장은 대부분 순조롭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놀리지바이털의 애덤 크리스펄리 창업자는 "우리는 많은 변동성이 캘린더(계절성)의 작용으로 생각한다. 펀더멘털은 극적으로 바뀐 게 없다. 수많은 기업이 발표하는 대단한 실적들을 보면 낙담하기는 너무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당신은 어떤 쪽입니까? 지금의 변동성은 계절성 때문일까요, 아니면 하락장이 본격화되는 것일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