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 "지금 시스템으론 군 성범죄 해결 못 해"

"美 '성폭력예방대응국' 본 딴 전담 기구 설치해야"
서욱 국방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성추행 피해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중사와 해군 여중사 사망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데 대해 국회에서 군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 업무보고에선 국방부 산하 독립적인 성폭력 대응 전담기구 설립을 서두르라는 주문이 나왔다. 이 자리에는 서욱 국방부 장관과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등이 참석했다.

"美, '제한적 신고(SAPRO)' 벤치마킹"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12일 사망한 해군 여군 사건을 살펴보니) 해군이 국방부가 작성한 성폭력 대응 메뉴얼대로 신속하게 처리한 것으로 보이는데, 왜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 생각해보면 결국 문제는 2차 가해"라며 "2차 가해에 대해 군 간부나 부사관들이 제대로 모르고 공감하지도 못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지금의 (군내 성폭력 대응) 시스템과 제도 가지고는 안될 것 같다"며 "미국의 '사프로' 제도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2005년부터 장관 직속으로 성폭력예방대응국 ‘SAPRO(Sexual Assault Prevention and Response Office)’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 모든 미군 파병 지역을 포함해 연중무휴 성폭력 신고 및 대응에 나선다. 김 의원에 따르면 한국의 성고충상담관에 해당하는 인력이 900여명, 각종 성폭력대응 인력은 1만1000명에 달한다. 김 의원은 "국방부 산하에 독립된 성폭력예방대응 기구를 만들고 피해자의 제한적 신고를 바탕으로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철저하게 보안이 지켜지는 가운데 우선 법률·의학적 지원을 하고 가해자는 찾아서 징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미국의 경우 성범죄 발생 5년 내 피해자에게 다시 물어서 필요하면 (성범죄 피해) 기록도 삭제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7일 국방부는 이같은 미국의 '제한적 신고제도'(SAPRO)와 유사한 '신고 전(前) 피해자 지원 제도’(가칭)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은 "집단생활을 해야하는 군의 특성과 젊은 세대 여군들의 입장에서 보면 2차 가해로 조직(군)에서 더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유족 등에 따르면 해군 A여중사는 성추행 발생 직후 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가해자 B씨로부터 승진을 위한 인사고가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식의 2차 피해를 입었다. 또 A씨의 상급자이자 성범죄 피해사실을 신고받은 C중령은 부대 성교육 과정에서 A씨의 피해사실을 발설해 다른 부대원들이 알도록 2차 가해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범죄, 인지 즉시 성고충상담 계통으로 보고돼야"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성폭력 보고 및 수사 지침을 통일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군인복무기본법) 43조는 '군인은 병영생활에서 다른 군인이 구타, 폭언, 가혹행위 및 집단 따돌림 등 사적 제재를 하거나 성추행 및 성폭력 행위를 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즉시 상관에게 보고하거나 군인권보호관 또는 군 수사기관 등에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부대관리훈령 244조는 '성폭력 발생 시 각 부대장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공간적으로 우선 분리한다. 이 경우 피해자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되 가해자 분리를 원칙으로 한다'며 피해자 의사를 최우선 고려하라고 지시해 군인복무기본법과 상충한다. 해군 피해자 A씨는 사건 발생 직후 D주임상사에게 피해사실을 얘기 했지만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2개월이 지나서야 상부에 보고하고 신고를 결심했다. 신 의원은 "부대훈령을 고쳐 성범죄 발생 즉시 성고충상담 계통으로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도 미국처럼 여군들에 대한 성범죄 전수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같은 당 설훈 의원은 "코로나19 등으로 군내 성인지 교육이 제대로 안됐다. 계속 이같은 성범죄가 일어날 것"이라며 "어떻게 성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하고 사단내 성폭력신고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