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물으면 답한다"는 文대통령의 '선택적 소통' [임도원의 BH 인사이드]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국민청원' 도입 4주년을 맞아 국민청원에 직접 답변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국민과 성심껏 소통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국민이 물으면 대통령이 답한다'는 제목의 동영상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날 국민청원 도입 4주년을 맞아 취임 후 처음으로 직접 청원에 답변하면서 한 언급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답변에서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청원에 "지원 대상을 현행 만 12세 이하 여성 청소년에서 만 17세 이하로 넓히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난임 치료를 위한 비용 부담이 크다는 청원에는 “올 4분기부터 추가로 두 번의 시술을 더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같은 날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언론재갈법’이라는 비판을 받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입장을 청와대 대변인실에 물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법안을 강행처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청와대는 "잘못된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적 노력도 필요하다"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은 국회의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문 대통령이 이 법안에 찬성을 하는지, 언론 자유의 위축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 수 없는 답변이었습니다. 야당은 "여당보다 더 비겁한 것은 침묵하는 문 대통령"(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정작 문 대통령이 직접 답변한 청원들은 굳이 대통령이 나서 언급할 사안들이 아니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지원, 난임 치료 비용 지원 등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답변해도 충분한 사안"이라며 "국가 재정으로 '생색'을 낼만한 사안을 골라 답변한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답변한 청원들은 심지어 답변 요건인 국민 동의 20만건을 채우지도 않았는데도 선정됐습니다. 반면 국민 동의 20만건을 채워 나란히 답변 대기중인 '시대착오적인 여성가족부는 해체해야 한다'와 '여가부 존치 및 강화의 청원'은 답변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여가부 존폐 문제로 대변되는 우리 사회의 젠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이 나서 메시지를 던질만도 한데, 굳이 외면한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야당의 지속적인 입장 표명 요구에도 불구하고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습니다. '친문 적자'로 꼽히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이 사건에 연루돼 지난달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는데도 문 대통령은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이 물으면 대통령이 답한다'는 슬로건은 청와대와 여권에 유리할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