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안진, 풋옵션 분쟁 오늘 첫 공판…부정공모 여부 놓고 공방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과 관련해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진회계법인과 교보생명 FI(재무적 투자자)인 어피니티 컨소시엄 임직원들에 대한 첫 공판이 20일 열렸다. 안진과 어피니티는 교보생명의 풋옵션 가치 평가 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리기 위해 부정공모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안진과 어퍼티니 측은 “가치평가 과정에서 의뢰인의 합리적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회계법인의 통상적인 업무 방식”이라며 “투자자가 일방적으로 가치산정 방식 등을 선정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양철한)에서 열린 재판의 핵심 쟁점은 안진이 교보생명의 공정시장가격(FMV)을 독립적으로 평가했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안진이 어피니티 등으로부터 부정 청탁을 받고 ‘기계적인 계산 역할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진 임직원이 어피니티와 이메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컨펌을 해주면 보고서를 작성하겠다”는 문구를 보낸 것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안진과 어피니티 측은 “의뢰인인 어피니티의 의견 중 일부에 대해서는 안진 측이 수용하지 않았고, 받아들인 의견은 대부분 합리적인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안진이 투자자와 공모해 평가방식 등을 어피니티 측에 유리하도록 선택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통상적인 방식을 채택했을 뿐만 아니라, 교보생명 측이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다른 평가방식을 배제했다는 것이다.

안진‧어피니티 측은 또 “비상장주식의 가치산정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검사 역시 안진의 평가로 교보생명의 FMV가 실제보다 부풀려졌는지 여부에 대해서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도 가치평가 결과를 제시했다면 이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어피니티가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이 때 어피티니는 교보생명이 2015년 9월 말까지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으면 신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받았다. 교보생명이 IPO를 진행하지 않자 어피니티는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했다. 어피니티는 안진에 평가를 의뢰해 풋옵션 행사가격을 주당 40만9000만원으로 산정했다. 신 회장 측이 계약의 적법성 등을 문제 삼으며 양측의 갈등이 이어지자,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를 통한 국제중재 절차가 시작됐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4월 안진과 어피니티를 검찰에 고발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