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봇은 의문덩어리"…회의적인 월가

테슬라가 19일(현지 시각) ‘테슬라 AI 데이’ 행사를 갖고 로봇 산업 진출을 선언한 데 대해 월가의 대다수 금융사는 의문을 제기했다. 장기적인 기술 잠재력을 과시하는 계기였지만, 제시한 개발 일정은 달성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특히 '테슬라 봇'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테슬라 봇’을 공개하고 "테슬라 차에 담긴 모든 기술이 총동원됐다. 테슬라 봇은 노동 비용을 줄여 세계 경제를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자랑했다. 테슬라 봇의 프로토타입 공개 시점은 내년께로 제시했다.
CNBC에 따르면 UBS의 패트릭 허멀 애널리스트는 "이 행사가 머신러닝 관련 인재 채용을 위한 목적에는 부합했지만, UBS의 완전자율주행 관련 일정 추정은 변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자동차 회사가 자율주행, 신경망, 머신 러닝 성과에 대해 이런 행사를 주최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이벤트는 향후 완전자율주행 채택 일정이나 수익 창출에 대한 우리 시각을 바꾸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의 마크 딜레이니 애널리스트는 이 이벤트는 테슬라의 기술 개발 인재 및 방향이 아직 완전자율주행 목표 달성은 멀었지만 올바른 길로 가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딜레이니는 "이 행사는 완전자율주행을 향한 테슬라의 엔지니어링 인재의 폭, 도전의 범위 등을 보여줬다. 테슬라(와 업계)가 4, 5단계 자율주행에 예상보다 늦고 있지만 테슬라의 수직 통합과 폭넓은 인재 등을 결합해 볼 때 핵심 차별화 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라고 설명했다.

'테슬라 봇'은 월가로부터 회의론을 불러일으켰다. 번스타인의 토니 사코나기 애널리스트는 이번 사건이 테슬라의 잠재력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위험 신호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발표는 테슬라 강세론자에게는 테슬라가 반도체, 슈퍼컴퓨터 및 AI 회사로 엄청난 매출을 창출할 회사라는 확신을 강화시킬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테슬라의 내부 통합, 그리고 촛점을 넓히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특히 봇은 방해 요소로 본다”라고 분석했다.
웰스파고는 "봇 공개가 흥미롭긴 하지만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유사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수년이 걸린 것을 보면 2022년 (프로토타입 공개)는 낙관적인 생각이다. 봇 공개는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텍사스와 독일 공장의 가동, 그리고 미 교통당국의 오토파일럿 조사, 미국의 전기차 크레딧 등이 중기적인 주가 촉진요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웨드부시는 "불행히도 우리는 로보택시와 머스크의 다른 미래 공상과학 프로젝트에서 보았듯이 이 테슬라 봇을 절대적 의문덩어리(head scratcher)라고 본다. 특히 전기차 경쟁 심화 및 안전 문제에 대한 월가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을 동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