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매파' 카플란의 전향…하지만 올해 테이퍼링 불가피?

2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3대 지수가 모두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다우는 0.65%, S&P 500지수는 0.81% 올랐고 나스닥 지수는 1.19%나 상승했습니다. 지난주 13일 이후 일주일 만에 처음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승 폭이 커졌고 S&P 500 지수의 11개 업종이 모두 올랐습니다.

이날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운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환상적 실적을 내놓은 엔비디아 등 대형 기술주가 시장을 이끌었고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기술주들도 오랜만에 반등했습니다.
이날 아침 미 중앙은행(Fed) 내 대표적 '매파'로 조기 테이퍼링을 부르짖어온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가 델타 변이 추이를 보면서 의견을 바꿀 수 있다고 밝힌 게 시장의 테이퍼링 공포를 덜어줬습니다.

그는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 인터뷰에서 "(델타 변이 확산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라면서 "경제적 영향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으며, 성장을 실질적으로 둔화시킬 경우 정책에 대한 견해를 '다소'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카플란 총재는 며칠 전까지 "Fed가 9월에 테이퍼링을 발표하고, 10월부터 자산 매입을 축소하길 원한다"라고 밝혀온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테이퍼링 시기를 늦추는 방향으로 의견을 바꿀 수 있다고 제시한 겁니다.골드만삭스는 이날 델타 변이가 창궐했던 미국 남부의 입원율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른 지역도 비슷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델타 변이로 인한 경기 악화는 단기적인 것으로 판명될 것이며 이 위협이 약화하면 레스토랑 등 경제 재개 관련 활동은 또 한 번 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에단 해리스 이코노미스트는 "우리가 보기엔 델타 변이로 인해 영구적 성장 충격이 생기는 게 아니라 성장 시점이 늦춰지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델타 변이에 대한 우려 목소리는 큽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사무실 복귀 일정을 애초 10월에서 내년 1월까지 연기했습니다. 또 찰스슈왑, PWC 등도 사무실 복귀 일정을 내년 1월로 미뤘습니다. 아마존, 페이스북, 리프트 등에 이은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미국은 소송이 발달한 나라"라며 "직장에 나왔다가 사망자라도 생기면 법적 문제가 불거지기 때문에 기업들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더 많은 기업이 9월 직장 출근을 미룰 것이란 얘기입니다.

원래 9월은 경제가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하던 때입니다. 학교가 개학해 대면 수업을 하고, 직장은 사무실을 다시 열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미국 최대 기업들인 애플, 아마존 등이 출근을 미루면서 정상화 기대도 옅어지고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뉴욕 맨해튼의 경우 팬데믹 이전 출퇴근하던 인력의 23%만이 사무실에 복귀한 상황입니다. 소비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고, 경제에도 부정적일 것입니다.

특히 최근 어린이들의 코로나 입원이 늘면서 학교 대면수업 연기론도 솔솔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6, 7월 뜨거웠던 고용시장에 찬물을 부을 수 있는 일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면 부모가 집을 비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경기 회복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9월 첫째 주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급여 주당 300달러 지급이 종료됩니다. 직업이 없는 이들의 소비는 대폭 줄어들 수 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어린이는 최근 몇 주간 코로나 입원환자의 18~22%(주별로 다름)를 차지했습니다. 팬데믹 이후 평균 14%를 넘는 수치입니다.

이에 대해 모건스탠리의 매튜 해리슨 의약 담당 애널리스트는 "현재 백신 접종이 성인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특별히 문제가 될 게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12~15세 백신 접종률(2회)은 33%, 16~17세 43%, 18~24세 46%로 성인(18세 이상)의 62.2%에 비해 낮습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문제가 되는 건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 입원하는 소아가 많은 경우입니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입원한 사람 중 주별로 1.6~3.5%가 어린이였습니다. 또 어린이 중에서만 따지면 코로나에 감염된 어린이 가운데 0.2~1.9%가 입원했습니다. 이는 어른에 비해 크게 낮습니다. 해리슨 애널리스트는 "적절한 예방조치를 통해 학교는 안전하게 문을 열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셈입니다.

테이퍼링에 대해서도 여전히 Fed가 빨리 자산매입 축소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집값 급등세가 월세와 임금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어 자칫하면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여전한 겁니다.
실제 지난 18일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회의(FOMC) 회의록에서도 물가에 대한 논쟁이 상당했음이 드러났습니다. "물가 압력이 광범위하다는 증거는 없다"라고 했지만 "대부분 참석자는 물가 안정 목표와 관련해 기준이 이미 달성됐다고 언급했다. 인플레이션 위험 때문에 테이퍼링을 신중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경기 회복이 늦춰진다 해도 물가 때문에 테이퍼링을 강행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날 크리스토퍼 바루드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 부활과 3분기 성장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고용 및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자산 매입을 줄일 때임을 시사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고용시장은 5.4%의 실업률이 나타내는 것보다 훨씬 더 빡빡하다. 이는 임금 상승이 앞으로 몇 달 동안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인플레이션 충격은 Fed 예상보다 장기적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는 "많은 기업이 9월부터 가격을 올려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 일부가 연말 전에 정상화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특히 "임대료는 향후 몇 개월 동안 핵심 인플레이션을 높일 것이다. 임대료와 관련된 내구적 인플레이션이 다가오고 있으므로 Fed가 연말 전에 최소 모기지 증권(MBS) 구매를 축소해야 한다"라며 "임대료 급등은 심각한 경제, 사회, 정치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다음주 의회가 개회하면 인프라 법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됩니다. 인프라 투자와 관련되어 있는 법인세 증세 논의도 뜨거워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9월은 계절적으로 뉴욕 증시가 가장 약세를 보여온 달입니다. 작년에도 막대한 양적완화 속에 여름에도 폭등세를 지속했던 S&P 500 지수는 9월2일 3580.84까지 오른 뒤 이후 급락해 9월23일 3236.92까지 떨어졌습니다. 3주간 10%가량 조정을 받은 겁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기업들을 제재한 것 외에 별다른 악재도 없었습니다.
특히 작년 10월 이후 한 번도 5% 이상의 조정이 없었습니다. 평균적으로 1년에 세 번은 5% 이상 조정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향후 조정이 발생하는 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한 월가 관계자는 "다만 올해는 작년과는 다르다. 작년에는 시장 전반에 컴플레이선시(안주, 자만하는 현상)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다"라면서 "특히 실적이 받쳐주는 만큼 조정이 길거나 깊게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전미개인투자자협회(AAII)가 매달 실시하는 투자자 심리를 보면, 향후 6개월간 증시를 부정적으로 보는 비율이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긍정적 비율보다 많아졌습니다.
투자자의 주식 포지셔닝도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닙니다. JP모간 분석에 따르면 고객들의 주식 포지셔닝은 백분위로 따져 50분위 수준입니다. 통상 과열로 인한 5% 이상 조정은 80~85분위가 될때 나타납니다. 지금은 정상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델타 변이, 중국의 계속된 규제, 테이퍼링 논의 등으로 조정이 발생한다해도 아주 깊고 긴 조정은 아닐 수 있다는 예상입니다. 그리고 작년 팬데믹이 터진 뒤 시간이 흐를수록 지수의 일일 하락 폭은 점점 더 작아져왔습니다. 그만큼 주가가 하락하기만 하면 투자자들이 습관적으로 저가매수에 가담해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