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미쓰비시가 아냐?…LS엠트론 공시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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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강제징용 배상 압류법원이 미쓰비시중공업과 거래한 LS엠트론의 물품 대금 채권에 대해 지난 18일 압류 결정을 내렸지만, 이는 잘못 기재된 공시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쓰비시중공업엔진시스템
이름 줄여 올려 오해…곧 정정"
22일 LS그룹에 따르면 ㈜LS는 비상장 계열사인 LS엠트론의 트랙터 원재료 주요 조달처를 다시 기재해 금명간 정정 공시할 예정이다. 2018년도 LS엠트론 사업보고서와 2020년도 LS그룹 사업보고서에는 LS엠트론의 트랙터 원재료 조달처로 미쓰비시중공업을 명시했다.법원 결정문을 받은 뒤 LS엠트론은 해당 거래가 미쓰비시중공업이 아니라 미쓰비시중공업엔진시스템과의 계약이라고 해명했다. 공시를 잘못 올렸다는 것이다. 미쓰비시중공업엔진시스템은 미쓰비시중공업의 손자회사다. 가스터빈, 원자력 에너지 등 대규모 발전·엔진 사업을 하는 미쓰비시중공업은 농기계 엔진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회사 이름이 길면 축약해 공시하는 게 관행이었다”며 “공시로 인해 오해가 빚어진 데 따른 책임을 인정하고, 조만간 정정 공시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LS그룹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을 소명서를 20일 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은 해당 채권의 채권자가 실제로 미쓰비시중공업엔진시스템인지 확인할 방침이다. 이런 소명이 사실로 확인되면 채권 추심은 불가능해진다. 한 변호사는 “손자회사라고 해도 법인격이 다른 만큼 미쓰비시중공업에서 추심해야 할 채권을 미쓰비시중공업엔진시스템으로부터 받아갈 수 없다”며 “할아버지의 빚을 손자에게 갚으라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채권자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결정을 내린 법원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LS 측에 채권자가 미쓰비시중공업인지 확인한 뒤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앞서 법원은 2018년 미쓰비시중공업이 일제시대 강제징용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5000만원을 위자료로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배상이 이뤄지지 않자 피해자 측은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채권을 압류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이를 받아들여 LS엠트론 측에 18일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 결정문을 통지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