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코로나·갑질·불매 3중고…벼랑 끝 몰린 가맹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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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스터치 갈등에 브랜드 타격 우려“코로나19 불황에다 본사와의 분쟁, 소비자 불매운동까지 겹쳐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입니다.”
가맹분쟁 재발 방지 대책 시급
최예린 지식사회부 기자
몇 년 전 퇴직금을 털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열었다가 최근 여러 악재가 겹쳐 매출이 급감한 가맹점의 점주는 이같이 말하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일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겹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본사와의 갈등이 브랜드 이미지 추락과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번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 매장 수 1위 토종 햄버거 브랜드인 맘스터치도 최근 본사와 가맹점주 간 분쟁이 벌어졌다. 서울 동작구에서 햄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 상도역점을 운영하는 A씨는 가맹점주 모임을 꾸리려다 지난 3월 본사로부터 고소를 당하고, 자재 공급도 끊기는 등 고초를 겪었다. A씨는 5개월간 내부 해결을 노력했지만, 결국 본사와의 계약을 해지당하고 지난 14일부터 매장 문을 닫은 뒤 공론화에 들어갔다. 이후 맘스터치 전국 가맹점에 불똥이 튀기 시작했다. 관련 기사에 ‘이제 맘스터치 안 사먹겠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서울에서 맘스터치 매장을 운영 중인 A씨는 “불매운동으로 번져 매출이 떨어지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하다”며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본사로부터 부당 행위를 당하더라도 쉽게 항의하거나 대응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호소했다.
지난 2월 달걀 샌드위치 프랜차이즈인 에그드랍의 가맹점주들도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에그드랍 본사는 광고비를 이유로 로열티를 두 배 이상 올린다고 점주들에게 통보했다. 가맹점주협의회장인 이원재 씨는 “매출 타격을 감수하고서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본사와의 분쟁을 공론화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양유업은 2013년 본사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하는 녹취록이 공개되며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일었다. 지난 4월 ‘불가리스 파문’ 때도 마찬가지였다.점주들이 본사의 부당행위에 공동으로 대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행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은 가맹점주들이 모인 협의체가 본사와 협상할 권한은 인정한다. 다만 본사가 대화를 거부할 때 이를 막을 조항이 없다. 법적 구속력이 없다.
가맹점주들은 지난 4월 국회에 제출된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기대하고 있다. 가맹점주들이 구성한 협의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해 점주들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점주의 갈등은 해묵은 문제다. 20대 국회에서도 가맹점주 협의체를 제도화하는 법이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에 손보지 않으면 제2의 맘스터치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