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떡볶이 '내로남불'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
‘국민 간식’ ‘길거리 음식 1호’ ‘한국인의 소울푸드’ 등으로 불리는 떡볶이는 궁중에서 시작해 민간으로 전해지고, 다시 세계로 확산된 대표적인 한국 음식이다. 19세기 말 편찬된 요리책 《시의전서(是議全書)》에 따르면,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떡볶이는 간장 양념에 재운 소고기를 떡 채소 표고버섯 등과 같이 볶아 만든 고급 궁중음식이었다. 끼니 걱정하던 서민에게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러다 1950년대를 지나며 짜장떡볶이, 고추장떡볶이 등이 등장하면서 민간에 퍼졌고 1970년대 서울 신당동에 즉석떡볶이 골목이 형성되고 사람이 몰리면서 빠르게 대중화됐다.

요즘은 가히 떡볶이 전성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소스와 첨가물, 조리법에 따라 종류가 셀 수 없이 많다. 간장 짜장 고추장 외에 기름 카레 크림 로제 치즈 카르보나라 등 소스만도 10여 가지에 이른다. 여기에 내용물에 따라 라볶이 쫄볶이 해물떡볶이 갈비떡볶이 피자떡볶이 차돌박이떡볶이 불닭떡볶이 등 그 종류가 다시 수십 가지 추가된다. 소스와 내용물을 교차 적용해 떡볶이 종류는 날마다 진화에 진화를 거듭 중이다.이런 변신 덕에 떡볶이는 어엿한 대표 한류음식이 됐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떡볶이를 공식 상호로 붙인 프랜차이즈 기업만 총 146개에 달한다. 또 해외 수요도 늘면서 2018년부터 수출이 매년 50%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수출이 늘어난데엔 그룹 BTS가 떡볶이를 먹는 모습이 해외 언론에 소개되고, 떡볶이 떡의 유통기한을 대폭 늘리는 ‘상온유통 연장’ 기술과 지역별 맞춤형 마케팅이 효과를 내는 등 문화·기술·경영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최근 떡볶이가 엉뚱한 일로 입길에 올랐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6월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 때 현장에 가는 대신 한 유튜버와 ‘떡볶이 먹방’ 동영상을 촬영한 게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세월호 사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2시간20분 부재를 비판하며 구속수사를 요구하더니 그와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지사는 “내 경우는 다르다”며 버티다 이틀 뒤에야 “더 빨리 현장에 갔어야 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떡볶이가 불으면 맛을 잃듯, 사과도 때를 놓치면 안 한만 못한 게 된다. 하기야 갖가지 ‘내로남불’에도 사과 한마디 없는 게 이 정부다. 그나마 사과라도 한 것을 평가해 줘야 할까.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