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PAN NOW] 몽환적 여행, 나가노 '우츠쿠시가하라 고원'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우츠쿠시가하라고원의 개방감 있는 정상 / JAPAN NOW
199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일본 1위의 평균수명을 자랑하는 장수의 땅(남성 80.88세/여성 87.18세)
온천 원천수 224개로 일본 2위, 와인용 포도 생산 일본 1위, 전국에서 2번째로 많은 일본 술 양조장, 85개의 스키장 역시 일본 내 2위, 섬나라지만 바다가 없는 현 등 많은 수식어가 붙지만 3천 미터 봉우리 21개 가운데 15곳이 나가노 현에 있어 고속도로를 달리면 사방이 산과 스키장으로 트래킹을 좋아하는 우리 국민들에게는 매력적인 곳이다. 특히 정상 고원의 개방감은 한국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다.
일출 뒤 구름이 지나가며 만든 풍경 사이로 소떼가 풀을 뜯고 있다. / JAPAN NOW
[우츠쿠시가하라고원]
알프스를 비롯한 3000 미터 급의 산에 둘러싸여 있는 나가노현. 가미 코치와 가루이자와 같은 피서지도 유명하지만 전 국민이 등산 마니아라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 국민들에겐 특히 매력적인 관광지다.

일본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알려진 '비너스 라인'을 향해 오르다 보면 도착하는 곳이 우츠쿠시가하라 고원으로 해발 2,000m에 남-북-중앙 알프스가 줄지어 있으며 후지산까지 전망할 수 있는 360도 개방된 장소다.
호텔 뒤편 해발 2,034M를 알리는 정상 표석 / JAPAN NOW
원래 계획은 산 중턱 코티지에서 캠핑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출발 며칠 전부터 쏟아붓는 비는 일본 곳곳을 침수시키고 산사태를 일으켜 자연이 가장 무서운 이곳 기상을 잘 알기에 급하게 찾은 곳이 고원 정상의 호텔이다.
몇 달 전부터 여유 있게 예약하는 일본 문화인 만큼 전망이 가장 안 좋아(홈페이지에 명시된 표현) 남아있는 1개의 방을 겨우 잡았다.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4시부터 전망 카페로 모인 투숙객 / JAPAN NOW
산 정상에 있는 '오가도 호텔'은 구름 위에서 하루를 쉴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자연 보호구역 내에 위치해 산 정상 아래 주차장에서 호텔 전용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20여 분간 달리는 차창 밖 풍경은 구름을 뚫고 달리는 탓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산 정상의 오가토 호텔과 TV전파탑 / JAPAN NOW
체크인 후 건네는 샴페인을 받아 일출을 전망하는 테라스 카페에 앉았으나 역시 뿌연 전망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저녁 식사를 했다. 일본 전통 가이세키 요리를 현대식으로 변화를 준 만찬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좋아할 만한 메뉴와 비주얼이다.
식사때 주문한 나가노현 와인은 일반 와인에 비해 가벼웠는데- 고산지대를 감안해 일부러 낮은 도수를 권한다고 설명했다.
식사 후 대욕장과 연결된 노천탕을 나갔지만 별은커녕 2m 앞도 안 보였다.
고원을 상징하는 "우츠쿠시노토" / JAPAN NOW
이곳 고원을 상징하는 6m 크기의 우츠쿠시노토(아름다운 타워)는 잦은 안개로 조난되는 일이 많아 방향감각을 잃지 않으며 일종의 피난 탑으로 1954년 설치됐다. 구름이나 안개가 없는 맑은 날이면 쏟아지는 별과 은하수를 관찰할 수 있다는 정보를 듣고 삼각대를 준비해 왔건만….
여름 기준 5시가 일출이며 1~2시간 전이 별을 관찰하기 가장 좋다는 얘기를 듣고 일찍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은 날씨가 좋아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가이세키요리에 현대식을 더한 오가토호텔 만찬 / JAPAN NOW
새벽 3시에 일어나 창밖을 봤지만 호텔은 아직 구름 속에 있다. 잠을 청하지 못한 채 뒤적거리다 4시에 전망카페를 내려갔다. 진한 커피향이 뿌연 시야를 위로하듯 숙박객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 채 커피를 마시며 기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일출시간이 지나고 6시가 돼도 하늘은 무심했다.

숙소로 올라 뒹굴뒹굴하고 있는 사이 7시가 되면서 커튼 사이로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카메라 장비를 챙겨 밖으로 나온 2~3분 사이 다시 구름이 호텔이 있는 정상을 지나가고 있어 시야 확보 실패했지만 이때부터 초 단위로 풍경이 바뀌는 믿지 못할 일이 펼쳐졌다. 마치 꿈을 꾸듯 구름의 속도는 자동차보다 빨랐으며 발밑 저 아래는 산맥에 갇힌 하얀 구름떼가 산을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호텔에서 출발하는 근처 봉우리의 트레킹코스 이정표 / JAPAN NOW
짐을 가볍게 맞추려고 챙긴 일반 삼각대는 강풍 앞에서 아무 구실도 못했다. 몸으로 삼각대를 버티며 손까지 시린 8월의 아침. 하지만 정상의 소떼는 아랑곳하지 않고 풀을 뜯는 여유를 보였다.
자연환경이 유복한 대한민국 출신의 반도인이 한순간 초라해진 모습이다.눈앞에 펼쳐진 그림을 담느라 아침 예약시간을 훌쩍 넘겨 레스토랑을 찾았다. 60대 정도의 푸근한 웨이터가 창밖에서 보고 있었다며 이곳에서는 일반 삼각대로 안된다고 조언을 해준다.
호텔에서 주차장까지 걸어가며 만나는 풍경, 약 40분 소요. / JAPAN NOW
이 호텔의 특징은 재 방문객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1박보다는 연박을 하는 고객들이 많았는데 단 하루 만에 일출이나 별을 보기 힘든 이유도 있지만 주변의 다른 봉우리로 트레킹도 하며 아래 동네 인간 세상과는 다른 공기를 즐기기 위함 같다.
트레킹 도중 만나는 일본 알프스 풍경 / JAPAN NOW
예약 없이 빈 곳이 있다면 자유롭게 이용하는 '개인 전세 온천'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느낌은 경제 가치로 환산할 수 없었다.
전날 함께 체크인했던 노부부가 콜키지용 술을 한짐 들고 온 이유를 알았다. 2~3일 머물며 트레킹과 온천, 자연을 즐기며 고원에서 재배한 식재료를 안주로 인생을 제대로 즐기는 리피터 노부부의 짬밥이 존경스럽다.
국빈들이 머문다는 도쿄 시내의 6성급 호텔보다 이곳을 다시 찾고 싶은 이유다.
고원에는 소떼 뿐 아니라 조랑말도 만날 수 있다. / JAPAN NOW
우츠쿠시가하라고원 관광협의회 : http://www.utsukushigaharakogen.jp/
오가토호텔 : https://www.ougatou.jp/
후루사토칸 : http://www.furusatokan.jp/
우츠쿠시가하라호텔 : https://utsukushigahara.com/
호텔에서 비너스라인을 타고 내려오면서 보이는 "시라카바호수". / JAPAN NOW
[여행 팁] :
- 주차 장소인 후루사토관(호텔)과 우츠쿠시하라(산장)을 이용하면 우츠쿠시노토(아름다운 타워)까지 더 가까워 새벽에 별이나 은하수 사진을 찍기에는 접근성이 좋지만 시설은 오가토호텔에 못 미친다.
- 교통편
도쿄 역 JR 중앙 본선 이용 마쓰모토 역 하차(2시간 30분 소요) 역 앞 송영 대합실(오가 토 무료 송영버스/예약제)- https://www.ougatou.jp/access/access-winter/

=== 주변 관광지 ===

[나라이 숙소]
나카센도 (中山道)는 에도(현재의 도쿄)의 니혼바시와 교토의 산조 대교를 연결하는 도로로 그 사이 69개의 역참 가운데 34번째 역참 으로 도쿄에서 교토를 가는 길은 도카이도(東海道)가 거리적으로는 더 가까웠지만 검문이 심해 상대적으로 허술한 나카센도 이용이 많았다.
당시 검문에는 무기 소지와, 인질로 에도에 거주하고 있던 다이묘 부인이 고향으로 도망치는 것을 막기 위함과 서민 여성의 여행을 제한했기 때문으로 각 관청마다 단속방법이나 강도가 달랐는데 나카센도가 검문이 수월했다고 한다.
에도시대 도쿄에서 교토를 잇는 나카센도의 34번째 역참 '나라이 숙소' / JAPAN NOW
JR 중앙선 나라이 역에서 숙소로 향하는 길. 양쪽에 늘어선 전통 여관이나 선물 가게 등이 눈에 들어온다.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이지만 이곳은 재해나 화재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과거의 거리가 지금까지 고스란히 보존돼 마치 타임캡슐을 타고 에도시대에 온 듯한 느낌이다.
나라이숙소의 국수가게 '돗쿠리야'내부 / JAPAN NOW
역참 답게 3개의 여관과 6개의 민박이 있으며 식당과 국수(소바) 집 그리고 다방과 선물가게 등이 있다.
마을은 1978년 국가 중요 전통적 건조물 군 보존 지구로 지정됐기 때문에 신축, 증개축 등의 경우에는 허가가 필요하다.
구역 자체가 넓은 관광지는 아니지만 고민가(古民家)에서 즐기는 식사나 숙박은 이방인과 도시인들에겐 이색적인 경험이다.
신슈소바와 애피타이저로 나온 두부 / JAPAN NOW
유명 관광지처럼 사람이 붐비지 않아 고즈넉한 여유를 가질 수 있다.
1837~1844년에 걸쳐 재건된 국숫집 '돗쿠리야'에서 즐긴 소바는 일본 전통 건축양식과 정갈한 실내 인테리어로 어떤 의식을 치른 느낌이다. 특히 본격적인 소바를 먹기 전 나오는 애피타이저 '두부'의 맛은 일품이다.
바다가 없는 현 특성상 ‘가와우오야키’와 ‘신슈 소바’(민물고기 구이와 신슈 국수)가 유명하며 숙소 및 식당 정보는 나라이쥬쿠홈페이지에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
고즈넉하게 즐기며 사진 찍기 좋은 나라이숙소 / JAPAN NOW
나라이쥬쿠 관광협회 : https://www.naraijuku.com/
[교통]
기차 : 도쿄(東京)에서 출발한다면 신주쿠역(新宿駅)에서 특급 아즈사(あずさ)를 타고 시오지리역(塩尻駅)까지 2시간 30분, 시오지리에서 JR 중앙 본선에서 나라이 역까지 4분.

취재협조 : JNTO(일본정부관광국)<한경닷컴 The Lifeist> Cona KIM / JAPAN NOW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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