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코로나 위기…따스한 손길 내밀다

기업들 'ESG 경영' 화두 떠오르자
사회공헌 열기 더 뜨거워져

'코로나 극복' 앞장
한화생명, 환자 격리 치료시설 제공
대상, 취약계층에 식품기부·장학사업

한국가스公, 中企·소상공인 회복 도와
GS건설, 저소득층 공부방 건축 나서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델타 변이의 확산세가 무섭다. 하루 신규 확진자 2000명을 넘나드는 4차 대유행을 맞이하면서 또다시 실물 경제가 위축되지는 않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의 사회공헌 열기는 오히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올 들어 경영계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점차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는 것도 이 같은 열기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정부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각종 사각지대에 기업의 따스한 손길이 스며들면서 위기 극복과 사회 통합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코로나19 극복에 앞장서는 기업들

한화생명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경증 환자를 격리 치료할 수 있도록 경기 용인 라이프파크 연수원을 두 차례나 개방해 제공했다. 또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고객에 대해 보험료 납부와 대출 원리금 상환을 6개월간 유예하는 특별 지원도 시행했다. 500여 곳의 한부모 가정과 복지관에 생필품을 기부하는 ‘맘스케어 마켓’ 행사를 열기도 했다. 소상공인 보험 가입자의 가게 240곳에서 100만원씩, 모두 3억원의 물품을 구입해 기부했다.

종합식품회사 대상은 저소득층에 대한 푸드뱅크 식품 기부와 장학사업, 긴급재난 구호 등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혈액 재고가 급감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대상그룹 레드 챌린지’를 한 달간 진행하기도 했다. 임직원이 SNS에 헌혈 인증 사진 또는 헌혈증을 게시하면서 국민의 헌혈 동참을 독려했다. 대상은 2006년부터 매년 여름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임직원이 참여하는 ‘휴가 전 헌혈 먼저’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코로나19 이후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KOGAS 코로나 상생협력패키지’를 시행 중이다. 방역 지원, 유동성 지원, 매출 지원, 생계 지원 등 4대 축으로 운영되는 패키지의 전체 지원 효과만 2800억원에 달한다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대구지역 취약계층과 시민들에게 마스크 58만 장과 생필품 등 17억원 규모의 현물을 제공했으며 기존에 운영 중인 동반성장펀드에다 400억원을 추가 출자해 16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긴급 대출을 지원했다.GS건설은 저소득층 가정 공부방 지원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꿈과 희망의 공부방’으로 이름붙여진 이 활동은 저소득층 가정 어린이에게 안정된 학업 공간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2011년 5월 1호 점을 시작으로 2019년 11월 290호 점까지 오픈하는 등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남촌재단과 연계해 2009년부터 시행 중인 김장김치 나눔 봉사활동도 주된 사업 중 하나다. 임직원이 김치를 담가 저소득층 가정에 전달하는 행사로 2013년부터 미스코리아 본선 수상자 모임인 ‘미코리더스’ 회원들까지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애국선열과 사회적 의인 돕기도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가운데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LG복지재단의 ‘LG의인상’이 꼽힌다.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서 남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 영웅들에게 의인상을 수여한다.

이 상은 2015년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故) 구본무 회장의 뜻을 반영해 제정됐으며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부턴 사회 곳곳에서 이웃과 사회를 위해 묵묵히 봉사하는 일반 시민으로 수상 범위를 확대했다.2015년 3명, 2016년 25명, 2017년 30명, 2018년 32명, 2019년 27명, 2020년 22명, 2021년 18명을 선정하는 등 현재까지 157명의 의인을 발굴했다. 소방관(15명), 해양경찰(11명), 경찰(11명), 군인(12명) 등 ‘제복 의인’이 많았다는 게 재단 측 설명이다. 보여주기식 행사를 지양하고 수여자의 생업 현장이나 관할 경찰서에서 조용하게 표창장과 상금을 전달하는 게 일반적이다. 수상자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선정부터 지원까지의 과정을 1주일 안에 끝낸다.

효성그룹도 산업을 일으켜 나라에 보답하는 ‘산업보국 창업정신’을 바탕으로 국가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애국선열에 대한 후원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난 6월 초엔 충남 계룡시 육군본부를 찾아 ‘나라사랑 보금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1억원을 기탁했다. 나라사랑 보금자리는 효성이 2012년부터 10년째 후원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육군본부를 중심으로 민·관·군이 힘을 모아 6·25전쟁 및 베트남전 참전용사 가운데 생활이 어려운 분들의 주거 환경 개선을 돕는다.

이번에 전달된 후원금은 다른 10여 개 기업 후원금과 함께 참전용사들의 노후주택 18채를 새로 짓거나 보수하는 데 쓰여질 예정이다. 지금까지 이 사업을 통해 370여 명의 참전용사에게 쾌적한 주거 공간이 마련됐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