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뛰쳐나올 듯한 말들의 생동감…김기창 '군마도'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장 운보 김기창(1913~2001)이 1955년 그린 가로 4.08m, 세로 2.05m의 대작 ‘군마도’는 작가의 최고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화면에는 원을 그리듯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말 여섯 마리의 동세가 역동적으로 표현돼 있다. 힘찬 고갯짓과 다리의 기운찬 움직임, 응축된 힘이 폭발하는 근육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말들이 화면 밖으로 뛰쳐나올 듯한 생동감을 자아낸다.

운보는 인물·산수·화조·추상 등 다양한 영역에서 탁월한 작품을 남겼다. 1970년대 발표한 ‘청록산수’ ‘바보산수’ 연작이 잘 알려져 있다. 1만원짜리 지폐의 세종대왕 얼굴을 그리기도 했다. 그의 작품 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반평생에 걸쳐 그린 말 그림이다. 8세에 장티푸스로 인한 고열 후유증으로 청력을 잃은 그는 이 작품에서 생동하는 활달한 필치로 내면의 울분을 폭발시키는 듯하다.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에서 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역동감을 표현하는 한국화의 교과서와 같은 작품이며 운보의 여러 군마도 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이라는 게 미술관의 설명이다. 전시는 내년 3월 13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