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승, 전기차 올라탄 고무소재 '新성장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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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성장기업국내 1위 자동차 부품 및 산업용 고무 제품 생산기업 화승코퍼레이션이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전통 내연기관에 특화된 국내 부품업체의 대응전략에 적합한 사례로 중소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허성룡 화승코퍼레이션 대표(사진)는 “전기차로 가는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화승이 새로운 기회를 잡고 있다”고 했다.
재도약 날개 편 화승코퍼레이션
해외법인 28개·매출 1조3300억
산업용 고무제품 글로벌 '투톱'
현대차에 신소재 냉각호스 납품
ESS부품 등 그린에너지 진출도
자회사 화승소재가 신사업 선봉
고무소재 원천기술 1500개 넘어
전기차·수소차용 고무 부품 개발
화승코퍼레이션은 자동차 부품 사업의 경우 현대자동차·기아에 생산량의 60%를 납품한다. 전선 피복 등 산업용 고무 제품은 6000억원 규모인 한국 시장의 약 50%를 점유하고 있다. 화승코퍼레이션은 관계사 화승알앤에이를 통해 신소재를 적용한 냉각 호스를 개발, 현대차에 전기차 모델 코나용으로 납품하고 있다. 허 대표는 “엔진이 없어지면서 연료계통 호스류 부품은 줄었지만 소음과 열에 민감한 전기차 특성상 소음방지용 부품과 배터리 냉각용 호스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수소차도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고 있다는 게 허 대표의 설명이다. 수소와 산소가 반응해 전기를 만드는 부품 ‘스택’ 내부에 얇은 고무 박막이 대량으로 들어가고 있어서다. 고무 박막은 현대차의 수소차 모델 넥쏘용으로 개발되고 있다. 그는 “친환경차 매출 비중이 이미 10%가량 됐으며 앞으로 2000억원 이상 매출이 친환경차에서 새로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화승코퍼레이션은 화승그룹의 사업형 지주회사다. 1953년 설립된 동양고무가 기업의 모태다. ‘동자표’ 고무신을 만든 게 시초다. 1978년 동양화공(현 화승알앤에이)을 통해 고무를 사용한 자동차 호스 및 실링 제품(웨더 스트립)을 생산하며 업종을 다각화했다. 1980년대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나이키 신발을 만들었다. 1996년에는 자회사 화승소재를 세우고 자동차 부품 및 가전제품, 생활용품 등에 들어가는 고무 소재 개발에 나섰다. 자동차 부품과 소재를 생산하는 28개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조3133억원에 이른다. 허 대표는 “화승은 매출 규모로 산업용 고무 제품 시장에서 세계 2위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신재생에너지 설비용 부품도 개발
화승은 친환경에너지 분야도 공략하고 있다. 풍력·수상태양광 발전 부품과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들어가는 특수 케이블 보호관 등이다. 허 대표는 “국내 전선회사 등과 협업하며 고전압 직류전기를 버틸 수 있는 특수 복합물을 개발했다”고 했다. 또 고무와 친환경 원료를 섞은 각종 소재를 개발해 신발, 가전제품, 바이오, 방위산업 등에 적용하는 등 신산업에도 진출하고 있다.화승코퍼레이션이 신속하게 신규 산업에 진출할 수 있는 원동력은 자회사 화승소재에 있다. 허 대표는 “화승소재만이 보유하고 있는 원료 배합 레시피는 1500여 개에 달한다”며 “화승소재가 개발한 신규 소재는 특허도 내지 않는다”고 했다. 특허를 낼 경우 레시피를 공개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영업비밀로 보호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화승소재에서 개발한 신규 소재는 화승알앤에이 등에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 접목하고 있다. 허 대표는 “소재를 개발하는 업스트림부터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다운스트림까지 탄탄하게 수직계열화를 이뤘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