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 칼럼] 패럴림픽의 슬로건과 품격있는 경기매너를 보여준 진짜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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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전 세계인이 즐기는 또 하나의 축제, 도쿄 패럴림픽
8월 24일에 열리는 도쿄 패럴림픽은 개회식을 시작으로 9월 5일까지 13일간 펼쳐진다. 개회식 주제는 '우리에게는 날개가 있다'(We have wings)라는 주제로 열린다.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돕는 상생사회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계에 알리고, 다양한 요소를 접목해 선입견을 뛰어넘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의견을 나누자'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올해로 16회째 패럴림픽의 슬로건
1960년 로마 대회부터 4년마다 개최되는 패럴림픽은 올해로 16회째를 맞았다. 우리나라에서는 86명의 장애인 대표팀 선수와 73명의 임원을 더해 총 159명의 선수단이 패럴림픽에 출격한다. 역대 원정 대회 최대 규모의 파견이다. 김경훈(배드민턴)과 이도연(사이클)이 선수단의 남녀 주장을 맡고, 기수로는 최예진(보치아)이 선정됐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선수들은 도쿄에서 '우리는 늘 승리했고, 또 한 번 승리할 것이다'라는 슬로건을 품고 뛴다.
화제가 된 유도 국가대표 조구함선수의 매너스토리유도의 조구함선수는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100㎏ 결승전에서 상대인 일본의 애런 울프와 연장전까지 간 끝에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다. 그러나 조구함선수는 속상한 내색을 하지 않고 자신을 이긴 울프선수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손가락으로 상대선수를 가리켰다.
경기가 끝난 뒤 밝게 웃었던 조구함 선수의 표정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지만, 상대가 강했다. 패배를 인정한다"며 "다시 일어나 챔피언 자리에 도전하겠다. 파리올림픽으로 향하는 동기가 됐다"고 당차게 말했다. 조구함 선수는 세계 랭킹 2위인 포르투갈의 조르지 폰세카선수와 붙은 준결승전에서도 매너 넘치는 경기를 보였다. 왼손에 쥐가 난 폰세카 선수를 위해 기다리거나, 왼손 대신 소매를 잡으며 배려했다.승리하자 미안한 마음에서인지 눈물을 터뜨린 선수
폰세카 선수는 조구함선수를 끌어안았다. 일본인들도 조구함의 매너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시합을 지켜본 일본 누리꾼들은 트위터에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스포츠맨십의 표본" "서로 존경을 표하는 훌륭한 올림픽" "이번 올림픽의 명장면"이라고 응원했다.
양궁의 김제덕선수가 외친 ‘코리아 파이팅’한 예능프로에서 양궁의 오진혁선수는 당시 김제덕의 응원 덕분에 결국 10점을 맞혔다고 설명하며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그리고 양궁의 김우진선수는 많은 분들이 스포츠 경기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것이 비매너라고 오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김재덕 선수는 상대팀이 경기할 때는 조용히 매너를 지켰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경기때만 파이팅을 외쳤고 그 파이팅 덕분에 힘이 많이 되었다고 김제덕선수를 향한 애정을 표현했다.
경기력은 물론 매너에서도 최고 선수다운 면모보인 배구의 김연경선수
여자 배구 8강전 터키와의 경기에서 주심의 석연찮은 판정이 계속되자 김연경 선수는 강력히 항의했다. 이에 레드카드를 받았지만, 자칫 경기 분위기가 넘어가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총대를 멘 것이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김연경선수는 월드클래스로 불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증명했다. 그는 경기 운영진석으로 다가가 자신에게 레드카드를 준 심판에게 악수를 건넸다. 당시 자신이 항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차분히 설명하면서 오해를 풀었고, 두 사람은 가벼운 장난을 치며 미소를 지었다.
태권도 이대훈선수의 스포츠정신이 깃든 매너
한국의 태권도 간판 이대훈선수는 도쿄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의 자오솨이에게 패했다. 2012 런던올림픽부터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이대훈이 메달을 따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이변이었다. 그러나 이대훈선수는 자오솨이선수에게 다가가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2016 리우올림픽 때도 돋보였던 매너
이대훈 선수는 당시 8강전에서 요르단선수에게 져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상대선수의 손을 번쩍 올렸다. 패자부활전 끝에 동메달을 목에 건 이대훈선수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승자의 기쁨을 극대화하는 게 선수로서 해야 할 도리이자 예의"라며 자신이 승자를 축하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올림픽 정신을 표현한 멋진 매너다.
도쿄올림픽 펜싱단체전 금메달리스트들의 매너
한 예능에서 구본길선수는 심판의 판정이 중요한만큼 심판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 더욱 매너에 신경을 쓴다며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보통 선수들은 비디오 판정(챌린지)를 할 때 동작을 한 후 점수 인정이 안되면 'Why?'하면서 조금 거칠게 요구한다. 하지만 구본길선수 같은 경우는 다르다"며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비디오판정을 요청하는 포즈를 취해 웃음을 자아냈다.
경기실력만큼 매너도 참 중요한 스포츠경기
현대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있다. 그 중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자는 목적 아래 개최되는 것이 올림픽이다. 1894년 근대 올림픽이 쿠베르탱에 의해 시작된 이후 올림픽은 정치적 격변과 종교적, 인종적 차별 속에서 서서히 세계 평화라는 큰 이상을 이루어 나가고 있다. 매너가 바탕이 되는 스포츠를 통해 이뤄져온 상호 이해와 협력의 성과는 앞으로 국제 사회의 갈등을 풀고 세계 평화를 위한 중요한 한 획이 될 것이다. 이번 패럴림픽에서도 좋은 매너를 바탕으로 좋은 경기소식들이 들리면 좋겠다.<한경닷컴 The Lifeist> 퍼스널이미지브랜딩LAB & PSPA 대표 박영실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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