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덩치' 하는 힘센 놈들이 온다…전기차 '대형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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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80 전기차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5, 기아의 EV6, 폭스바겐의 ID.3…. 지금까지 주요 자동차 브랜드의 대표 전기차는 대부분 소형차 혹은 크로스오버유틸리티(CUV)였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비싼 배터리 가격을 감안해 크기가 작으면서도 내부 공간이 넓은 차종을 주로 만들면서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 전기차를 선호하지만 더욱 크고 힘이 센 차량이 필요한 소비자는 선택지가 많이 없었다.
370마력에 제로백 4.9초
벤츠 S클래스급 EQS
1회 충전에 770㎞ 주행
BMW 연내 전기 SUV 출시
준대형 X5와 크기 비슷
분위기는 올 들어 바뀌었다. 배터리 기술이 발달하면서 가격은 내렸고, 에너지 밀도는 높아졌다. 덩치가 큰 전기차를 쉽게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더욱 크고 힘센 전기차가 잇따라 나오면서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한 발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제네시스의 G80 전기차가 대표적이다. 외관은 제네시스의 대형 세단 G80와 거의 같다. 그러면서도 전기차 특유의 순발력을 갖고 있다. 최대 370마력의 힘을 내고, 시속 100㎞까지 4.9초 만에 도달한다. 이 차에는 87.2㎾h 배터리가 탑재되고, 한 번 완충하면 최대 427㎞를 달릴 수 있다. 초고속 충전을 하면 22분 만에 배터리 용량을 10%에서 80%로 채울 수 있다. 전비는 ㎾h당 4.3㎞이고, 별도의 컨버터 없이 400V 및 800V 충전기를 모두 쓸 수 있다.
4개의 센서와 6개의 마이크로 소음을 방지하는 능동형 소음제어 기술을 기본으로 적용해 실내 정숙성도 확보했다. 태양광을 이용해 차량 배터리를 충전하는 솔라 루프는 선택 사양이다. 하루 평균 일조 시간을 고려하면 730Wh의 전력을 충전해 최대 1150㎞를 추가로 주행할 수 있다.
현대차는 올해와 내년에 CUV인 아이오닉 5와 중형 세단 아이오닉6를 출시하고, 2024년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인 아이오닉7을 내놓는다. 기아도 내년부터 다양한 대형 전기차를 공개할 계획이다.메르세데스벤츠는 S클래스급 전기차인 EQS를 지난 4월 공개했다. 벤츠가 내놓은 첫 전용 플랫폼 적용 전기차다. 1회 충전 시 WLTP 기준(국내 기준과 차이가 있음) 770㎞를 주행할 수 있고, 벤츠 특유의 디자인과 다양한 편의 및 안전 기술이 적용됐다.
이 차에는 107.8㎾h 크기의 배터리가 탑재됐고, 최대 385㎾의 힘을 낸다. 벤츠는 에너지 밀도를 높인 배터리를 장착했다고 설명했다. 직전에 나온 전기차인 EQC에 적용된 배터리와 비교하면 에너지 밀도는 약 26% 향상됐고, 코발트 함량을 10% 미만으로 줄여 가격을 낮췄다. 무선 업데이트(OTA)도 지원한다. 벤츠의 고성능 브랜드 메르세데스-AMG도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8기통 엔진을 얹은 기존 AMG 가솔린 모델 수준의 주행성능을 내는 전기차가 이들의 목표다.BMW는 연내 국내 시장에 전기 SUV iX를 출시할 계획이다. WLTP 기준 1회 충전 주행 거리는 600㎞ 이상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5초도 안 돼 도달한다. 이 차는 준대형 SUV인 X5와 비슷한 크기로 만들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쉐 등 럭셔리 브랜드도 스포츠카와 성능이 비슷한 전기차를 준비하고 있다.미국 브랜드들은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픽업트럭과 정통 SUV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포드는 최근 전기 F-150를 출시했다. 스텔란티스 소속 지프도 전기 SUV 및 픽업트럭을 출시할 계획이다. 제너럴모터스는 대형 SUV의 상징인 GMC 허머를 전기차로 제작해 SUV 및 픽업트럭을 만들 예정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