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흔드는 손, 중국은 어디로 가는가 [애널리스트 칼럼]
입력
수정
전종규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중국이 뒤숭숭하다. 주식시장에서 좋아하지 않는 정부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정부정책은 경제의 위기상황이 도래하였을 때 방화벽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지만 올해는 시진핑 지도부가 나서서 유동성 긴축,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와 같은 시장의 위험요인을 스스로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보이는 손, 정부 정책 리스크가 금융시장의 걸림돌인 셈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중국 경기의 하락세가 뚜렷해지면서 정책적인 대응은 완화적인 기조로 전환될 것이라는 점이다. 개혁개방 이후 공산당의 경제 운용 최상위 목표는 고용과 인플레이션 안정인데 반해 하반기 경제 상황은 수요 둔화와 생산자 물가 고공행진이 나타나고 있으며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해 생산, 소비, 투자지표가 일제히 악화되면서 리커창 총리는 지난 16일 주재한 회의를 통해서 재정과 통화정책 지원과 원자재 가격을 안정시킬 것임을 재확인했다. 하반기 성장률 5% 대 유지와 원자재 가격 하향 안정화가 타겟이 될 것이다.또 하나의 화두는 정부의 소란스러운 기업 규제이다. 올 들어 중국 주식시장이 경험하고 있는 것은 '시진핑 웨이(Way)'에 대한 것이다. 정책 당국의 기업 규제 조치는 플랫폼, 빅테크를 넘어 기초산업과 서비스 업종까지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정부 규제 리스크는 중국식 자본주의, 산업 패러다임의 재설정이라는 큰 그림의 변화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시진핑 지도부가 제시하고 있는 신산업 정책 패러다임의 골자는 민생, 법치, 국가 경쟁력 제고이다. 중국의 산업지도는 육성, 법치 정비, 규제에 따라서 큰 틀의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의 산업은 양적 성장 단계(1980~2000년)와 과도기(2001~2020년)를 넘어 내수 중심의 쌍순환 성장 단계로 전개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불균형 축소와 부의 재분배 관점에서 민생과 중산층의 소비 여력 확대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제적 좌파 이념의 강화나 인기영합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국가가 주도하여 부가가치의 배분을 기업에서 소비자로 이전시키는 정책은 기업의 이익 규모로 환산되는 주식시장으로써는 위협요인임이 틀림없다.
시진핑의 정책 로드맵 대로라면 이제 중산층의 비용지출 대상인 의식주 기초산업과 교육, 게임을 넘어 부동산, 금융업종까지 구조적인 이익감소를 감내해야 한다. 반면에 국가적인 민생 제고, 국가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굴기전략은 강화될 것이다. 친환경 산업과 국산화 밸류체인은 꾸준히 부가가치 확장의 공간이 남아있다. 마지막으로 플랫폼, 빅테크의 경우 새로운 룰 세팅의 대상으로 판단한다. 디지털 이코노미의 확장 구간에서 불공정경쟁과 개인정보 보안의 문제에 대해 선도적인 정책 로드맵이 제시될 것이다.향후 1~2개월에 걸쳐 경기와 기업실적 모멘텀 둔화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이제 정부가 정책으로 응답해야 할 시간이다. 중국 내 델타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기존 예상보다 빠르게 정부의 정책기조가 완화적인 스탠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나 아직은 경기둔화를 방어하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정부의 규제 리스크 부담은 진행 중에 있다.
경기 둔화와 정책 리스크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경기 민감 지수관련 대형주는 가격 조정 위험이 여전히 크다. 8월 중순 들어 정부 규제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정책 수혜주의 경우 단기 과열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고 있으나 정책적 방화벽과 뚜렷한 외형성장 차별화로 인해 조정 폭은 제한적일 것이다.
유동성 측면에서는 외국인 매수와 기관자금 동향을 주목한다. 8월 들어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가 이어지고 있으나 상반기에 비해서는 여전히 미진하고 중국 기관들은 아직 정책 수혜주 중심의 대응에 그치고 있다. 위험으로 인식되는 정부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지금은 중국 주식시장에서 위험관리가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