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탄소세로 넷제로 앞당기는 기업들

기업 내부의 탄소 발자국 줄이는 방법으로 각 부서에 탄소배출량을 할당하고 초과 시 요금을 부여하는 사내탄소세가 논의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노바티스, 가오 등은 이미 사내탄소세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 /마이크로소프트
EU 탄소국경세가 2023년부터 시행된다. 유럽 공급망 내에 있는 글로벌 기업 역시 이에 발맞춰 탄소배출량을 단기간에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중 기업 내부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과 공급망 전체를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인 사내 탄소세가 주목받고 있다.맥킨지 앤 컴퍼니가 올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600여 개 글로벌 기업 중 약 23%가 사내 탄소세를 채택했으며, 22%의 기업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기업 중에는 일본의 가오, 스위스의 노바티스가 사내 탄소세를 채택하고 지속 가능성의 경영 내재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2012년 첫 도입

기업이 내부적으로 탄소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주요 메커니즘은 크게 잠재 가격(shadow cost)과 사내 탄소세(internal carbon tax) 두 가지가 있다. 잠재 가격은 탄소배출량만큼 가정된 비용을 의미한다. 글로벌 환경 컨설팅 그룹 앤쎄시스에 따르면, 이 비용은 실제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상 미래 위험을 측정할 수 있는 용도로만 사용되는 가상 비용이다. 앤쎄시스는 “탄소 잠재 가격은 예상 미래 가격을 반영하기에 높게 설정되며 잠재 가격이 실제 가격이 되기 전까지 비즈니스 방향 전환이 가능한 방법”이라고 설명한다.사내 탄소세는 부서별로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할당량 이상 탄소를 배출할 경우 그에 대한 금전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부과된 탄소세는 회사의 탄소배출량 저감 노력을 위한 주요 자금원이 된다.

사내 탄소세를 가장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마이크로소프트다. 5년 연속 MSCI ESG 등급평가에서 ‘AAA’라는 최고 기록을 받은 이 회사는 선도적 탄소감축 정책을 통해 테크 기업의 탈탄소화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탄소배출량을 73만 톤 절감하고 130만 톤의 탄소를 제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2년부터 사내 탄소세 운영을 시작해 각 비즈니스 그룹에 탄소중립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는 데이터 센터, 소프트웨어개발연구소 등 기업 내에서 배출되는 탄소량뿐 아니라 공급망 내 배출되는 탄소까지 관리하고 있다. 신용녀 마이크로소프트 최고 기술임원은 “사내 탄소세는 궁극적으로 탄소세를 실제로 내는 것보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해커톤, 국제 협력 프로젝트 등을 통해 다양한 모델의 탄소저감 시나리오를 관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탄소세는 내부 효율성, 재생에너지, 재활용 등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 및 연구 프로젝트의 예상비용을 기반으로 매년 재설정한다. 각 부서는 배출량 감축을 위해 부서 특색에 맞는 방안을 마련한다. 비디오게임 엑스박스(Xbox) 담당 부서는 장비 대기 모드 시 전력을 15W에서 2W로 줄였고 디바이스팀은 데이터 시각화 도구인 ‘파워BI’를 활용해 감사 관리 시스템과 공급망 관리를 개선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기후 상황을 고려해 탄소세 비용을 1톤당 1만7000원(약 15달러)으로 2배 늘렸다. 부서별로 모은 탄소세는 탄소 네거티브 정책과 전 세계 환경문제 해결에 사용된다. [인터뷰] 신용녀 마이크로소프트 최고 기술임원

“직원들의 창의적 노력 이끌어 냅니다”
신용녀 마이크로소프트 최고 기술임원은 20년 이상 경력의 클라우드 비즈니스 전문가로 KISA, 금융보안원, 한국은행, AWS에서 근무하며 금융 보안과 관련된 경력을 쌓아왔다.

- 사내 탄소세 시행을 위해서는 각 부서별 협의가 필요했을 텐데.

“지속 가능성 이슈는 곧 기업 전체의 문제다. 그렇기에 직원들에게도 지속 가능성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었다. 재무부서와 법무팀의 협조가 바탕이 됐다. 탄소세를 부과하고, 집행하고, 이행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재무부서가 탄소세 정책을 지원한다. 지속 가능성 원칙, 글로벌 사례 등을 이용해 어떤 원칙에 입각해 활동할 것인지 방향을 제시하는 법무팀의 역할도 중요하다. 각 부서가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성만을 논의할 수 있는 전담 부서가 존재하는 점도 강점이 됐다.”

- 사내 탄소세 시행이 탄소배출량 저감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지난해 탄소배출량은 2019년 대비 6%(73만 톤) 감소했다. 공격적 탄소감축 정책을 발표한 첫해임을 감안하면 많은 진전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스코프 1·2뿐 아니라 협력사, 파트너사 등 공급망 전체를 관리하는 스코프 3까지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었던 성과로 연결이 됐다. 공급망 내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해커톤, 국제 협력 프로젝트 등이 시행되고 있다. 직원 단위에서 시작되는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노력이 탄소배출량 저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 국내 사내 탄소세는 아직 도입 이전 단계인 듯하다. 글로벌 수준은 어떤가.

“글로벌 수준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선도적 위치다. 특히 전력 사용량이 많은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는 테크 기업의 경우 사내 탄소세 같은 탄소배출량 저감 노력에 상당히 적극적이다. 거의 모든 기업이 공급망 관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전 세계적으로 탄소배출량 관리에 관심이 많지만, 아직까지는 도입 초기 단계로 보인다.”

- 사내 탄소세 활용을 논의하는 기업에 조언을 한다면.“기후 대응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국내 기업의 적극적 고민과 참여를 독려한다. 기업 내부의 원칙을 세운 뒤 그 원칙을 지지할 수 있는 전담 조직 구성과 유관 부서의 유기적 업무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국내 기업의 경우 ESG 전담 조직이 다른 부서의 일을 겸하는 사례가 꽤 있다. 가장 기본은 지속 가능성을 담당한 부서의 지속성이다. 또 사내 탄소세가 직원들과 각 부서가 적극 참여할 만큼 매력적인 정책이어야 한다. 핵심은 정책 대상자들이 얼마나 관심을 보이느냐다. 노하우가 없다면 다른 회사나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해 탄소세 적용의 폭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지속 가능성 이슈는 지역적 다양성과 각자의 독특한 환경을 이해해야 하므로 전 세계 기업, NGO와 협력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