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1사단, 식자재 납품 특정 대기업 몰아주기 의혹"(종합)

군인권센터 "낙찰받은 업체만 취급하는 식자재로 공개입찰 조건 달아"
육군 "'대기업 유착 주장' 사실 아냐…법률 검토해 정상 추진중"
최근 군 부실급식 논란 이후 부대별로 '선(先) 식단 편성, 후(後) 조달' 형태의 식자재 조달 체계가 추진 중인 가운데 육군 제1사단이 특정 대기업에 유리한 입찰 공고를 내 낙찰받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24일 "식자재 조달 체계 변경 시범사업 부대로 지정된 육군 제1사단 예하 대대에서 군납비리 정황이 확인됐다"며 "애초 특정 업체를 식자재 공급 업체로 낙찰하기 위해 그 업체의 공급 물품 목록을 따다 입찰공고를 냈다"고 주장했다.

센터에 따르면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eaT) 경쟁 조달 방식을 쓰는 1사단은 9월 8일부터 10월 8일까지 소속 장병들이 먹을 477개 품목, 모두 1억4천여만원 상당의 식자재 입찰 공고를 이달 13∼19일 냈다.

국방부가 추진 중인 방안은 영양사가 매월 식단을 짜고 그에 맞춰 'eaT'로 주문하면 식자재 유통업자들이 농축수산품과 가공식품 등을 경쟁 입찰하는 것이지만 1사단의 사례는 미리 업체를 특정하고 공고를 낸 형태일 수 있다고 센터는 지적했다.센터는 "입찰 공고상 현품설명서에는 식자재 품목별 규격과 형태는 물론, 원산지까지 세세하게 명시되어 있고, 가공식품의 경우 제조업체도 명시됐다"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업체는 식자재 납품 대기업 H사인데, 제보로 확인한 바 입찰 공고에 올라온 식자재 품목 다수는 H사에서만 취급하는 것들이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계획상 해당 부대의 부식 조달 방법은 '평일 매일 배송'으로 굳이 냉동 중국산 소채류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점, 육류의 경우 규격과 목적에 따른 수입 원산지를 스페인, 미국, 뉴질랜드, 호주 등으로 한정할 까닭이 없었다"면서 "H사는 시범사업 준비 과정에서 수차례 자문을 제공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센터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불공정 거래이자 군납비리"라며 "국방부는 경쟁 조달을 통해 장병의 건강과 선호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실상은 대기업만 배를 불리고 장병들은 비리로 점철된 저렴한 냉동 수입산 음식을 먹는 방향으로 퇴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이어 "국방부와 관계 부처는 경쟁 조달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검토 해야한다"며 "즉각 감사를 실시하고 필요하다면 수사로 전환해 장병 먹거리로 장난을 치고자 한 이들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육군은 국방부의 군 급식 조달 체계 개편 시범사업에 대기업이 유착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군은 장병 부실급식을 해소하고 군내 급식체계 혁신을 위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1개 대대에 국한해 민간업체를 활용한 식자재 구매를 시행하고 있다"며 "이는 군 급식 시스템 개선을 위한 시범사업으로 부대에서는 법률 검토를 통해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육군은 "앞으로 군은 장병 급식 혁신을 위한 다양하고 적극적인 방안을 검토해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