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이 깡패'…자체 후보 없이 분화하는 친문 [여기는 논설실]

공고한 결속력 자랑하던 친문재인계
자체 대선 후보 못내며 대선 캠프로 흩어져
친문계 묶어낼 구심력도 현저히 떨어져
지난 대선 대척점 섰던 이재명 캠프에도 몰려가
이낙연 캠프에도 대거 몸담고 정세균 캠프에도 참여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됐다가 논란이 일자 사퇴한 음식 칼럼리스트 황교익씨는 대표적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다. 그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친문 전문가 집단인 ‘더불어포럼’의 공동대표를 맡아 지지 활동을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황씨를 발탁한 것은 친문 세력 잡기 일환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는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을 두고 벌인 이낙연 캠프와의 공방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특정 정치인 지지는 오직 문재인 밖에 없다”며 친문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황씨를 후퇴시킨 사람은 이해찬 전 총리다. 이 전 총리도 역시 친문계 좌장으로 꼽히며 이 지사를 돕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대선 경선 때 친문과 대척점에 섰다. 특유의 강한 화법으로 문재인 후보를 거세게 몰아붙이는 바람이 그 이후 강성 친문의 끊임없는 비판과 견제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지지율이 깡패’라는 선거판 철칙대로다. 올해초부터 여당 내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굳히자 상당수 친문 의원들이 이재명 캠프에 들어오고 있다. 물론 친문은 이낙연 캠프에도 대거 몸을 담고 있고, 정세균 캠프에도 발을 들여놓고 있다.

공고한 결속력을 자랑하던 친문계는 이번 대선에서 자체 대선 후보를 내지 못하면서 이렇게 각자도생에 나선 것이다. 특히 친문 적자로 꼽혀온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구심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그러면서 이낙연-이재명 캠프의 친문 영입 경쟁도 달아올랐다. ‘친문 장악=당 대선 후보 당선’ 등식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친문 핵심인 진성준·박주민 의원과 김성환·김승원·민형배·박상혁·백혜련·송재호·이용선·이원택·이재정·이해식·이형석·전용기 의원 등이 이 지사를 돕고 있다. 이낙연 캠프 대표적 친문계로는 박광온(총괄본부장)·정태호(정책본부장)·최인호(상황본부장)·윤영찬(정무실장) 의원 등을 꼽을 수 있다. 홍기원·이장섭 의원 등도 합류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강기정·최재성 전 의원과 친문 서삼석·김병주 의원은 정세균 후보를 돕고 있다. 각 캠프로 갈라진 친문 간 거센 공방도 일고 있다. 이 지사 캠프에서 정무특보단장을 맡고 있는 친문 핵심 김우영 전 청와대 비서관은 당내 다른 친문 의원들을 향해 “친문을 자처하는 분들 중에 좋은 분들 많지만, 문 대통령을 시대적 가치의 대변자가 아니라 계파 정치의 우물 속에 가두려 하고 있다”며 “호가호위하는 형들 정신 차리라”고 비판했다.

친문 싱크탱크 ‘민주주의 4.0’ 핵심인 신동근 의원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비판하며 “억강부약(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와줌)이라더니 억약부강(약자를 누르고 강자를 도와줌)의 잘못된 태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 지사 측 친문 진성준 의원은 “이념에 사로잡혀 교조적인 태도를 고집하는 게 아니라 국리민복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유연하게 접근하는 것이 민주당답다”며 기본소득을 옹호했다.

다만 문 대통령 복심인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윤건영 민주당 의원 등은 특정 주자 지지를 하지 않고 있다. 친문 ‘부엉이 모임’의 핵심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은 내각에 포진해 있어 입장을 드러내기 어렵다. 이들은 관망하다가 막판 될만한 주자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 때 되면 민주당 대선 경선전은 크게 출렁일 수 있다.

홍영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