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뛴 금리에…갈아타기 대출비교 앱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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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대출규제 강화 이후주거래은행에서 받은 신용대출 만기를 앞둔 직장인 A씨는 “금리가 연 1.76%에서 연 3.81%로 오를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대출 비교 앱에서 기존 은행보다 낮은 금리, 높은 한도를 제시한 지방·외국계 은행의 비대면 상품 3개를 발견해 갈아타기를 준비 중이다. 금융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기 시작하면서 A씨처럼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을 찾아내기 위해 ‘손품팔이’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24일 핀테크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핀다의 대출한도 조회 건수는 전월 대비 23% 급증했다. 핀다는 은행·저축은행·캐피탈·카드 등 44개 금융회사 대출상품을 비교해주는 앱으로 30~40대가 주로 이용한다. 올 들어 월평균 11%씩 증가하던 한도조회 건수가 7월 들어 큰 폭으로 뛰었다.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규제를 강화하고, 은행들이 우대금리 축소와 가산금리 인상에 나선 시기와 맞아떨어진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대출을 실행한 이들의 사용처는 ‘대환대출’(23%)과 ‘생활비’(66%)가 대다수를 차지했다.강원호 핀다 프로덕트오너는 “하반기 들어 은행마다 대출 물량을 조이고 당국이 본격적인 대출 규제에 나선 영향”이라며 “몇몇 금융회사가 한도를 줄이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어 다양한 상품을 비교해보는 게 유리하다”고 했다.
좋은 조건찾아 '손품팔이'
핀다 조회건수 23% 급증
토스·카카오·뱅크샐러드 등
15개 업체 대출비교 앱 운영
"중·저신용자들 활용에 유리"
또 다른 핀테크 업체인 핀크는 최근 1주일(8월 16~23일) 동안 대출비교 신청자 수가 2주 전(2~9일)보다 28% 늘었다고 밝혔다.
국내에 대출비교 서비스가 등장한 것은 2년 전이다. 이전까지는 금융회사와 계약을 맺고 대출상품을 판매하는 대출 모집인은 1개 금융사 상품만 팔아야 한다는 ‘1사 전속주의’ 규제에 걸려 이런 서비스를 내놓을 수 없었다. 2019년 4월 혁신금융서비스(금융 분야의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계기로 총 15개 업체가 대출비교 서비스 사업자로 지정받았다. 핀다처럼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외에 토스, 카카오페이, 페이코, 뱅크샐러드, 핀크 등도 뛰어들었다.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3월 말까지 이들 사업자를 통해 5조5378억원의 대출이 실행됐다. 창구를 돌아다닐 필요 없이 스마트폰으로 ‘최저가 검색’하듯 대출상품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금융회사들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특정 대출 플랫폼에 전략적으로 우대금리를 붙이기도 한다. 금융위는 금융사 간 우대금리 경쟁에 따라 대출 이용자들이 약 210억원의 이자 절감 효과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완벽한 원스톱 검색’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핀테크 업체마다 제휴 금융사가 조금씩 달라서다. 국민·농협은행처럼 ‘핀테크 견제’ 차원에서 대출비교 플랫폼에 아예 입점하지 않는 곳도 있다. 대형 시중은행을 염두에 둔 소비자라면 비교에 또 비교를 거쳐야 할 수 있다. 핀테크 앱들은 1금융권 제휴를 늘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비교적 다양하게 입점해 중·저신용자에게 특히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 업체당 제휴 금융사는 적게는 10개 안팎, 많으면 40개를 넘는다. 대출비교 서비스를 통한 조회 기록은 10~40회씩 남는 게 아니라 ‘1회’로 치기 때문에 신용정보에 미칠 영향을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출 공급량을 줄여야 하는 일부 금융사는 핀테크 앱에 제공하는 우대금리도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금리와 한도 범위를 대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유용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