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조 중 180조 국내에 투입…미래인재 전방위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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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투자·생산으로 56만개 일자리…"청년에 희망 줄 것"삼성이 24일 전격적으로 내놓은 24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 발표 자료 제목은 ‘코로나19 이후 미래 준비’다. 통상적인 기업의 보도자료와는 거리가 멀다. 구체적으로 △전략사업 주도권 확보 △미래 세대를 위한 고용·기회 창출 △다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 조성 등 세 부문으로 이뤄졌다. 국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양극화 심화 등 사회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의미를 담았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투자·고용 해외 치중 우려 불식
코로나 위기 속 국익 우선 분석
삼성전자 등 계열사 공채 그대로
수시채용 늘린 타기업과 다른 길
청년SW아카데미 전국으로 확대
교육생수 2024년 1800명으로
지역 NGO 지원 프로그램도 신설
국내에만 6년간 310조원 투자
이날 자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3년간 투자할 240조원 중 75%인 180조원을 국내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장 신설, 베트남 TV 생산라인 증설 등이 거론되면서 삼성의 투자와 고용이 해외에 치중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삼성은 이번 발표를 통해 일각의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대책에 포함된 투자의 대부분이 국내에 쓰이고, 고용은 모두 국내에서 이뤄진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속에서 국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삼성은 이미 지난 3년(2018~2020년)간 전체 투자액 180조원 중 130조원을 국내에 쏟아부었다. 여기에 신규 투자 180조원이 더해지면 2023년까지 국내에만 310조원이 투입된다. 삼성 관계자는 “앞으로 3년을 새로운 미래 질서가 재편되는 시기로 보고 투자 확대를 통해 전략사업 주도권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시장 리더십 강화에도 나설 방침”이라고 강조했다.경색된 채용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고용에도 적극 나선다. 삼성은 당초 3년간 3만 명이었던 고용 계획에 1만 명을 추가했다. 첨단 인력 위주로 직접고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투자와 생산으로 총 56만 명의 간접고용을 유발하겠다고 밝혔다.
채용 방식에서도 정기공채를 유지하겠다고 못 박으면서 다른 기업과 차별화했다. 수시·경력직 채용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생긴 취업준비생의 불안감을 덜어주려는 차원이라고 삼성 측은 강조했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은 10대 기업 중 공채 제도를 유지하는 유일한 기업이 됐다. 삼성은 대한민국에서 공채를 처음 시작한 기업이기도 하다.
SW 교육 확대·첨단 인력 양성
삼성은 첨단 인력, 차세대 기업가, 사회활동가 등 다양한 분야의 미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방안도 내놨다. 청년들의 소프트웨어 전문성을 키우고, 스타트업과 비정부기구(NGO), 첨단인력을 육성한다는 게 골자다.구체적으로 청년들에게 소프트웨어를 교육해주는 청년SW아카데미(SSAFY) 캠퍼스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은 서울, 대전, 광주광역시 등 전국 5개 SSAFY 캠퍼스를 운영 중이다. 이를 추가로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19년 500명이었던 교육생 수도 2024년부터 1800명으로 2.8배 늘린다. 관련 예산도 추가로 증액하기로 했다.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는 앞으로 DS(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이전까지는 CE(생활가전)와 IM(무선) 부문에서만 운영해왔다. 외부 스타트업 성장 지원을 위한 C랩 아웃사이드는 스타트업 창업자뿐 아니라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예비 창업자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이 밖에 전국적인 창업 분위기 조성을 위한 ‘스타트업 데이’를 운영한다.미래 인재 양성 방안 중 눈에 띄는 대목은 수익이 나지 않는 NGO까지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청년 활동가 지원프로그램을 신설해 이르면 올해 비수도권 청년 NGO를 대상으로 공익사업을 공모할 예정이다. 지역에 도움이 되는 공익사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번 대책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의 첨단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 포함됐다. 삼성은 국내 반도체 및 차세대 통신 분야를 선도할 박사급 인력을 길러내기 위해 주요 대학 반도체·통신 분야에 계약학과와 연합 전공을 신설하기로 했다. 삼성 안팎에선 책임 있는 기업으로서 청년 고용과 중소기업 상생 등 미래 가치를 통해 국가적 난제 해결과 도약에 기여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첨단 인재 인프라를 구축해 삼성뿐 아니라 국가적인 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