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승 "도와주려 나서는 사람 있을 줄 알았는데…박원순 불쌍"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의 법률대리인인 정철승 변호사가 25일 "박원순 시장이 불쌍하다"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고 박원순 시장은 대권후보였고 상당한 전국적 조직까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그 조직에 변호사들은 별로 없었던 모양이다"라면서 "내가 이 정도로 하고 있으면 '우리가 진작 했어야 할 일을 대신해 줘서 고맙다. 우리도 그동안 경황이 없어서 그랬다. 앞으로는 같이 하자. 도와줄 일이 뭔가?'라고 연락들이 올 법도 한데 아무한테도 그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어차피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기대하고 시작한 일이 아니니 별 상관은 없다"면서도 "고 박원순 시장이 불쌍하다"고 적었다.

앞서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 측은 정 변호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25일 피해자 A 씨 측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에 따르면 A 씨 측은 12일과 16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누설)·개인정보보호법 위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정 변호사를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정 변호사는 최근 박 전 시장 사건 A 씨에 관한 게시 글을 자신의 SNS에 잇달아 올리면서 A씨의 근무 연도, 근무지 등을 게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시장 유족 측은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박 전 시장이 성적 비위를 저질렀다는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정 변호사는 이 소송에서 박 전 시장 유족 측 소송대리를 맡고 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 “피해자에 대한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이 있었다”라는 결과를 발표했다.인권위 직권조사 결정문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2016년 하반기부터 작년 2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피해자에게 “좋은 냄새 난다, 킁킁” “혼자 있어? 내가 갈까?” 등의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냈다.

A 씨는 인권위 조사에서 “지난해 피해자로부터 박 전 시장이 서재에서 스킨십을 시도했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했다. 또 다른 참고인 B 씨는 “오침 시간에 깨우러 들어갔을 때 안아 달라고 해서 거부했는데도 안아 달라고 했다고 들었다”라고 진술했다.

또 인권위가 확인한 피해자의 정신건강의학과 상담 기록(지난해 5월)에는 ‘야한 문자·몸매 사진을 보내 달라는 요구를 받음’ ‘집에 혼자 있어? 나 별거 중이야라는 메시지를 받음’ 등의 내용이 있었다.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진술 등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임을 고려해 다른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인정 여부를 좀 더 엄격하게 판단했다”면서 “그런데도 이 사건은 부하 직원을 성적 대상화 한 것으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행위”라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이와 관련 "성희롱과 성폭력의 가장 큰 차이는 성폭력은 형사 처벌되는 범죄 행위임에 반하여 성희롱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라며 "박 전 시장이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공연히 유포하는 것은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