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양성·나무심기·장묘문화 개선…최회장이 싹 틔운 SK 'ESG 경영'

최종현 회장(왼쪽)이 1986년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들에게 장학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SK 제공
SK그룹은 국내 기업 중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는 2019년부터 각 계열사가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성과 등을 화폐 단위로 환산한 사회적 가치(SV) 측정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같은 ESG 경영은 ‘기업’ ‘사회’ ‘환경’을 함께 고민한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는 게 경제계 평가다.

최 회장은 사회공헌을 통해 국가 발전 인프라를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그룹 회장 취임 이듬해인 1974년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세워 인재 양성에 나섰다. 선발된 장학생에게는 해외 대학 등록금뿐 아니라 5년간의 생활비까지 지원했다. 귀국 후 SK 입사 등의 조건도 없었다. ‘일체의 부업을 하지 않고 학업에 전념한다’는 것이 유일한 조건이었다. SK 관계자는 “선대 회장이 가장 중시한 것은 첫째도 사람, 둘째도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1970년대부터 나무 심기에도 힘썼다. 충남 천안시 광덕산, 충북 인등산 시항산 등지의 황무지를 사들여 임야를 조성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4배에 달하는 조림지는 장학사업 재원으로도 쓰였다. 이산화탄소 제거 및 산소 생산이라는 차원에서 지금까지도 산업계의 대표적인 ‘녹색공헌’ 사업으로 꼽힌다.

최 회장은 생전에 장묘문화 개선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1980년 대한석유공사를 인수한 후 헬기를 이용해 울산 정유공장을 오가며 국토가 ‘묘지 강산’으로 변해가는 것을 목격했다. 이후 기회가 닿는 대로 매장보다는 화장 문화가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평소에도 “내 시신은 화장하고, 무덤을 만들지 말라. 무덤 대신 화장시설을 조성해 사회에 기증하고 장묘문화 개선에 앞장서 달라”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1998년 8월 26일 최 회장이 별세하자 유족은 그의 유언대로 화장해 가족묘지에 합장했다. 장남인 최태원 회장은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화장시설 건립을 추진했고, 2010년 1월 충남 연기군에 은하수공원 장례문화센터를 조성해 사회에 기증했다.최종현 회장이 화장문화 전도사로 나서면서 화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크게 높아졌다. 최 회장 별세 당시 27%에 불과하던 한국의 화장률은 올해 90%를 넘어섰다. 경영계 관계자는 “국내 장묘문화 개선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앞장서 실천한 최종현 회장의 공이 크다”고 평가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