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40조 투자' 어디에 얼마나 쓸까…"반도체에만 150조+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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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금액의 60% 반도체 쓸 가능성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 50조+α
M&A 실탄 포함하면 더 오를 수도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번 투자금액의 60%가량인 150조원을 반도체 분야에 쓸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앞서 삼성이 2018~2020년 3개년 투자 계획을 밝힐 당시 설정한 180조원의 금액 중 100조원을 반도체에 투자한다고 한 비율을 산입해 도출한 것이다.이 중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에 약 50조원을, 메모리에는 100조원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19년 삼성전자는 향후 10년 간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5월에는 여기에 38조원을 더해 총 투자 규모를 171조원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계획한 171조원을 10년으로 나누면 연평균 17조원이고, 이번에 발표한 3개년 계획에 대입하면 향후 3년 간 시스템반도체에는 51조원가량의 자금이 투입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공식화한 미국 파운드리 공장 투자 금액 20조원이 포함돼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이 기간 파운드리에 투자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금액 112조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다만 여기에는 변수가 있다. 삼성전자가 10년간 쓰겠다고 밝힌 171조원 규모의 자금을 당겨쓸 수 있어서다. 실제 삼성은 지난 24일 24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이 전례 없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시스템반도체는 기존 투자 계획을 적극적으로 조기 집행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올해 불어닥친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를 염두에 두고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업체를 인수 후보로 물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대형투자은행 JP모건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를 계기로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수를 물색할 것이며, 이 중에서 NXP가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고 분석한 바 있다.
NXP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미국 텍사스와 애리조나에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북미 시장을 겨냥해 미국과 우호적 관계 구축을 원하는 삼성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다만 시장에서 평가하는 NXP 인수금액 범위가 70조~80조원으로 다소 높아 이번에 계획한 투자금액 외에 추가 자금을 쏟아야 한다는 것은 걸림돌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7년 미국 전장기업 하만 지분 100%를 인수하는 데 9조4000억원을 썼다. 만약 NXP를 인수하려면 하만 인수 때보다도 8배를 더 써야 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