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금리인상에도 현재 여전히 '완화적'"…추가 인상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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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 주지 않아"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도 금융 상황은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밝혔다.
"주택 차입수요는 제약엔 효과 있을 것"
"델타 변이, 소비 둔화 가져오지만 회복세 저해할 정도 아냐"
이 총재는 "경기나 물가를 같이 감안했을 때 현재 통화금융 상황은 완화적"이라며 "25bp 인상했지만 실질금리는 여전히 큰 폭의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고, 중립금리보다도 기준금리는 여전히 낮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금통위를 열고 현재 연 0.50%인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했다. 15개월 만에 금리를 인상으로, 한은은 지난해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기준금리를 0.50%로 낮춘 바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2018년 11월(1.50→1.75%) 이후 2년 9개월(33개월) 내 처음이다.
추가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이번 금리인상이 실물경제의 기조적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며 "이례적인 완화 여건이 1년반 지속되다보니까 거기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데, 앞으로 경제 개선에 맞춰서 (금리를) 정상화해 나가는 그런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상 시기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에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점진적이라는 의미는 그야말로 크게 서두르지 않겠지만 지체하지도 않겠다는 의미"라며 "코로나19가 경기에 얼마나 영향을 줄 지, 성장 경로가 이어질 지, 또 미국 중앙은행(Fed)의 정책 변화 등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금융불균형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보고, 금통위원들이 고민해서 결정해 나가겠다"며 "(금리 정상화를) 서두르면 안 되지만, 지체해서도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번 금리 인상이 집값 상승세를 막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주택 차입수요 제약에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집값은 정부의 주택 정책이나 주택의 수급상황 등 여러 가지 복합적으로 작용을 받는다. 통화정책뿐 아니라 정부정책도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 4.0% 유지…"코로나 사태로 위축 정도 크지 않아"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5월 예측치와 동일한 4.0%로 유지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3.0%로 동일했다.각각 4.0%, 3.0%를 제시했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이전 5월 예측치와 동일하다. 최근 코로나19 4차 확산과 델타변이가 경제 성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 총재는 "델타변이 확산이 소비에 분명히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면서도 "결론적으로 보면 소비 둔화를 가져오지만 우리 경제의 기조적인 회복세를 저해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최근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선 "우려했던 것만큼 위축 정도가 크지 않다고 봤다"며 "경제주체들도 어느정도 적응을 해서 대응하고 있는 만큼, 과거보다는 부정적 효과가 상당히 제한됐다"고 평가했다.
연간 물가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2.1%로 기존 5월 전망치(1.8%)보다 높였다. 내년 물가성장률 전망치도 1.5%로 이전보다 0.1%포인트 올렸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에 2.3%를 기록한 데 이어 5월(2.6%), 6월(2.4%), 7월(2.6%) 등 네달 연속 2%를 상회했다.
이주열 총재는 "물가 상황은 최근 몇 달 동안 목표를 상회하는 상황으로 이런 수준이 당분간 진행될걸로 보고 있다"며 "물가 수준이 과도하게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수요면에서의 인플레 압력은 높아지고 있고, 생각보다 높은 수준의 물가가 생각보다 길게 갈 가능성은 없는지 같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잠재성장률 추정치는 2.5%(2019~2020년 평균)에서 2.2%로 낮췄다. 이 총재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인구변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 충격에 따른 고용사정 악화, 서비스업 생산성 저하가 주된 요인"이라며 "코로나 가 남긴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엇보다 기업의 투자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