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만원짜리 소주 사먹냐고?…1400만병 불티나게 팔렸다

"제조해 먹는 재미"…토닉워터·탄산수 등과 섞어 마셔
대형마트에서 사서 '홈술'로 마시면 가성비 좋아
화요 매출 21% 증가…작년 기준 약 1400만 병 판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횟집이나 일식집에서 식사하는 것도 위험하잖아요. 훨씬 저렴한 가격에 집에서 고급 코스를 즐길 수 있습니다. 횟집에서 3만~5만원에 판매하는 프리미엄 소주가 마트에선 1만원 선이거든요."

"프리미엄 소주는 집에서 제조해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도수가 높은 만큼 토닉워터나 탄산수와 섞어 마시는 게 좋더라고요. 강한 맛의 술을 원한다면 그냥 소주만 마셔도 될 것 같고요. 기호에 맞춰 마실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
코로나19 장기화로 외식이 제한되자 '홈술(술을 집에서 마시는 것)' 문화가 확산하며 고가의 프리미엄 소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식당에서 비싸게 판매하는 프리미엄 소주를 대형마트에서 구입해 집에서 마시면 저렴한 데다 기호에 맞게 제조해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특히 2030 젊은층에서 '재미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프리미엄 소주 브랜드 화요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2019년) 대비 21% 증가한 258억원으로 집계됐다. 화요는 2005년 출시 이후 매년 연평균 2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기준 누적 약 1400만 병이 판매됐다.

프리미엄 소주는 '서민의 술'로 통하는 일반 소주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375mL 상품 기준 대형마트에서 화요 17도는 9000원대, 25도는 1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처음처럼·참이슬 등 일반 소주 제품이 1000원 후반대에 판매되는 것에 비하면 너댓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왼쪽부터) 화요 53, 화요 XP, 화요 25, 화요 41, 화요 17. [사진=화요 제공]
하지만 프리미엄 소주를 집에서 마시면 오히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는 더 좋다는 목소리도 있다. 회사원 김승재 씨(35)는 "프리미엄 소주가 비싸다고 할 수도 있지만 도수가 높아 다른 음료와 섞어 마시면 양이 늘어난다. 용량 대비 그렇게 비싸다는 생각도 안 든다"며 "게다가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비교하면 가성비도 훨씬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평소 회를 즐겨 먹는다는 30대 직장인 김모 씨도 "횟집에서 회를 떠오고 프리미엄 소주를 마트에서 사오면 같은 음식을 1만~2만원 더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같은 프리미엄 소주 인기에 힘입어 일품진로를 판매하고 있는 하이트진로는 제품명을 바꿔 리뉴얼을 단행하는 등 적극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새로 리뉴얼된 일품진로.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하이트진로는 지난 3월 프리미엄 증류주 '일품진로1924' 제품명을 '일품진로'로 바꾸고 제품 패키지도 변경했다. 제품 병뚜껑을 크리스탈 느낌으로 디자인했으며 슬림한 병 모양으로 고급스러움과 트렌디한 느낌을 더했다.

일부 제품은 한정판으로 만들고 가격도 초고가로 책정해 '프리미엄화'를 한층 강화했다. 지난달부터 8000병 한정 판매한 '일품진로 21년산'의 출고가는 병당 16만5000원으로 한박스(6병 기준) 기준 99만원에 달한다. 일품진로 21년산은 풍미가 뛰어난 중간층 원액을 선별해 21년 이상 숙성한 제품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프리미엄 소주가 명절 선물 상품으로 소비되는 등 특별한 날에만 마시는 술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최근에는 홈술 문화가 확산하며 집에서도 프리미엄 소주를 즐기며 가성비와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를 충족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