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쇼핑·수영…프리미엄 펫라이프 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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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키워봐야 안다”는 말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생각지 못한 순간에 기쁨과 감동을 받을 때 하는 말이다. 요즘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도 이 말을 한다. 수많은 사람 중 ‘나’에게 와주고 십여 년의 짧은 생 내내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반려동물에게서 그들은 위로받는다.
반려동물 복합시설 코코스퀘어
반려동물의 삶이 흘러가는 속도는 인간에 비해 빠르다. 보호자들은 대부분 새끼 때부터 함께 살아온 반려동물이 늙어가고 숨을 거두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그래서 더 사랑스럽고 고맙고 안타까운, 좋은 것만 먹이고 보여주고 싶은 존재다.반려동물 복합시설업체 ‘코코스퀘어’는 이런 보호자들의 마음을 공략한 기업이다. 펫카페, 펫미용, 펫유치원 등 개별로 운영되는 시설들을 하나의 대규모 매장에 모았다. 반려동물과 뛰어놀고, 씻고, 밥도 먹으며 하루 종일 보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하성동 코코스퀘어 대표는 “반려동물을 ‘요람부터 무덤까지’ 생애 주기별로 책임지는 공간을 꿈꾼다”고 말했다.
유치원·수영장·호텔 한데 모았다
지난 17일 찾은 경기 남양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의 코코스퀘어 매장. 식당과 유치원, 호텔, 수영장 등 펫 시설을 총망라한 674㎡(204평) 규모 시설에 방문한 사람들은 유모차를 한 대씩 밀고 다녔다. 요즘 인기라는 고가 브랜드의 129만원짜리 유모차에는 아기가 아니라 강아지가 타고 있었다.1층 카페 ‘트라토리아’에서는 보호자와 반려견이 한 식탁에서 함께 식사를 한다. 이곳은 피자와 아메리카노 등 보호자용 메뉴와 연어 스테이크 등 강아지용 메뉴를 모두 판매한다. 아기를 식탁 높이에 맞게 앉히는 전용 의자와 비슷하게 생긴 강아지 전용 의자를 갖췄다.노령견이나 관절이 약한 강아지들은 전용 수영장을 찾는다. 수영장에선 전담 강사가 한 시간 동안 ‘1 대 1’로 맞춤 수영 강습을 해준다. 관절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중력이 약한 물속에서 운동하는 것. 조명도 강아지가 편안해하는 은은한 푸른색이다.
강아지 유치원에는 반려동물 행동교정사 등 전문가가 상주한다. ‘반려견 피트니스(비만 관리)’, ‘사교성 기르기’ 등 반려동물의 문제 행동을 교정하고 놀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호텔에선 반려동물을 24시간 동안 맡길 수 있다. 이곳에 하룻밤 묵는 강아지들은 옥상정원의 400평 규모 펫파크에서 산책하는 등 돌봄 서비스를 받는다.멀티숍에선 고가의 펫 용품을 판매한다. 내 강아지의 모습을 본떠 귀걸이와 팔찌 등 액세서리를 주문 제작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주문을 하면 이탈리아 현지 업체가 수주간 제작해 보내준다. 가격은 수십만원대다. 코코스퀘어 관계자는 “최근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지수도 반려견 ‘달곰’의 주얼리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도 요람부터 무덤까지”
코코스퀘어를 운영하는 하 대표는 롯데쇼핑에서 에비뉴엘 명품관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럭셔리 전문가다. 이후 국내외 투자업계를 거쳤다. 한국, 싱가포르 등 안정적인 성장기에 접어든 동양권 국가에서 그가 발견한 공통적인 흐름은 ‘펫산업의 성장’이었다. 하 대표는 그 배경에 인구구조 변화가 있다고 봤다. “핵가족화, 가족의 해체가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경제적인 이유로든 자아 성취를 위해서든 결혼하지 않고, 자식을 낳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지요. 이에 가족을 대체할 수 있는 존재인 반려동물에게 사랑을 주는 것이고요.”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관련 산업 규모는 올해 19억4700만달러(약 2조2510억원)로 전망된다. ㎏당 1만원 이상인 프리미엄 펫푸드 시장 성장률(지난해 11.4%)은 이미 펫산업 선진국인 독일(7.5%)과 미국(10.4%)을 뛰어넘었다. 수요는 급속도로 고급화하고 있지만 반려동물업체들은 여전히 대부분 영세하고, 사료나 배변용품 등 한 분야에 특화돼 있다는 게 하 대표의 생각이다.“파편화된 서비스를 모아 반려동물 입양부터 교육, 건강관리와 장례, 보호자의 펫로스 증후군 치유까지 반려동물의 생애를 아우르는 단계별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모두 행복한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