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새것'에 뛰어들어 추격자를 따돌려라

위대한 도약

하워드 유 지음
윤태경 옮김
가나출판사
385쪽│2만원
1853년 설립된 스타인웨이는 세계 최고의 피아노 제조사였다. 후발 주자인 야마하가 생산공정 자동화로 가격을 대폭 낮춘 피아노를 내놓았을 때 스타인웨이는 얕봤다. 수작업으로 만드는 스타인웨이의 품질을 따라 올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야마하의 공정은 계속해서 개선됐고, 결국 스타인웨이를 넘어 세계 최고의 피아노 회사 자리를 차지했다.

‘후발 주자에 밀려 도태될지 모른다’는 공포는 모든 선도 기업이 직면한 문제다. 하워드 유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교수가 쓴 《위대한 도약》은 후발 주자의 추격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도약’을 제시한다. 현재 잘하는 분야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분야로 과감히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 저자는 선도 기업이 경쟁 우위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결국 추격자에 의해 모방되고, 도전받게 돼 있다고 지적한다.책은 도약을 통해 추격을 뿌리친 수많은 사례를 담고 있다. 현재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스위스 제약사들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 옛날 스위스 바젤에 가이기, 시바, 산도스라는 세 업체가 있었다. 섬유업체에 염료를 공급하는 일을 했다. 1880년대에 세계적으로 의약품 시장이 급성장하자 의약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좋은 시절은 오래 가지 않았다. 제약업의 패러다임이 유기화학에서 미생물로 옮겨간 탓이었다. 푸른곰팡이 추출물로 만든 페니실린이 대표적이다. 스위스 제약사들은 생소한 분야였던 미생물학 분야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세 회사는 나중에 합병해 노바티스가 됐다.

1837년 미국에서 설립된 존 디어란 회사도 있다. 말이 끄는 쟁기를 팔았다. 가솔린 엔진이 나오자 트랙터 공장을 인수해 트랙터 회사로 변신했다. 지식 분야가 ‘금속학’에서 ‘기계공학’으로 바뀐 것이다. 지금 존 디어는 자율주행 트랙터를 만들고 있다.

도약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실행은 쉽지 않다. 저자는 ‘지식생산 필터’라는 모형을 제시하며, 기업 내부에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갖출 것을 권한다. 최고경영자(CEO)의 결단도 중요한 요소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