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으로 '떡' 만들었더니…매출 '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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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유튜브 '대박'선스틱을 통째로 찜기에 넣는다. 갓 쪄낸 선스틱을 떡국떡 썰듯 썬다. 채에 받쳐 물에 씻는다. 스킨(화장수)을 붓고 3분 정도 끓여낸다. 화장품 떡국을 완성한다.
'디지털 전환' 마케팅 힘입어
곤두박질치던 실적 대역전
아모레퍼시픽의 유튜브 채널 ‘뷰티포인트’의 대표 인기 콘텐츠 영상(사진)의 일부 내용이다. 립스틱, 쿠션 등 화장품을 거침없이 깨고, 부수고, 던지고, 밟으며 노는 이 영상들이 최근 글로벌 화장품 덕후 사이에서 화제다. 영상뿐만 아니라 소리를 생생하게 편집해 ASMR(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백색소음)로도 인기가 높다. 패러디 영상도 제작되는 등 밈(meme: 인터넷에서 입소문을 타며 유행하는 이미지와 영상)으로 확산되고 있다.26일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뷰티포인트 채널의 구독자 수는 85만 명, 누적조회 수 1억59만여 건, 누적시청시간은 409만여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구독자 수 10만 명을 돌파하며 유튜브 본사로부터 ‘실버 버튼’을 획득한 데 이어 ‘골드 버튼(구독자 100만 명 돌파)’을 눈앞에 뒀다.
해외에서도 인기다. 구독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해외 구독자다. 아모레퍼시픽은 다국어 영상 자막을 제공하고, 인기 콘텐츠 후속편을 제작하는 등 글로벌 팬덤 확보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의 이 같은 마케팅은 연초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발표한 ‘디지털 대전환’ 전략의 일환이다. 오프라인 매장 가맹점주들의 반발을 우려해 급성장하는 e커머스 시장 대응이 늦었던 아모레퍼시픽은 실적 악화로 지난해 74년 만에 LG생활건강에 매출 기준 시장 1위 자리를 내줬다. 아모레퍼시픽이 1위 탈환을 위해 꺼내든 카드가 디지털 대전환이다.아모레퍼시픽은 지난 3월 ‘글로벌 이커머스 디비전’ 조직을 신설하고 디지털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외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고, 온라인 플랫폼과 특화 상품을 출시하고, 라이브 방송도 적극 추진하는 등 e커머스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9월엔 사장실 직속으로 뷰티포인트 채널을 운영하는 ‘컨텐츠 커머스’팀을 신설했다.
최근 이 같은 디지털 전환 전략이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상반기 국내 온라인 채널(e커머스) 매출은 전년 대비 약 40% 증가했다. 이 기간 네이버에선 라이브커머스를 78회 진행해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70% 급증했다. 카카오와 쿠팡에선 전용상품을 출시해 매출이 각각 99%, 40% 늘었다. 2분기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2분기 영업이익은 1046억원으로 전년 대비 188% 증가했다. 매출은 1조3034억원으로 10% 늘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