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은 "억측"이라지만…부친 땅투기 의혹 일파만파(종합)

5년간 10억 상승…"개발 호재에 시세차익 노렸나"
이준석 "의혹 사실이면 尹 해명해야" 선 긋기
尹 "요청시 자료 투명 제출…사실 다른 부분 엄중 대응"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부동산 의혹 논란이 하루도 안돼 새 국면을 맞았다.윤 의원은 부친이 농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는 권익위 지적에 25일 의원직 사퇴와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혀 호평을 얻었으나, 26일 내부정보 이용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도덕성 시비에 휘말렸다.

윤 의원의 사퇴 선언을 책임 있는 결단으로 내세우며 더불어민주당과 차별화를 꾀했던 국민의힘에도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 내부 정보 이용?…당사자들 "몰랐다"
윤 의원 부친은 2016년 3월 직접 농사를 짓겠다며 농지취득 자격을 얻고, 그해 5월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의 논 1만871㎡(약 3천300평)를 사들였다.권익위는 윤 의원 부친이 세종시가 아닌 서울 동대문구에 살면서 벼농사도 현지 주민에게 맡긴 정황을 확인하고 그가 농지법과 주민등록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추가 의혹의 핵심은 윤 의원 부친이 시세 차익을 노리고 이 농지를 매입했다는 것이다.

매입 시기를 전후해 주변에 세종 스마트 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해 세종 미래 일반 산업단지, 세종 복합 일반 산업단지 등이 우후죽순 들어선 점을 근거로 한다.실제 8억2천여만 원에 매입했던 논 시세는 5년 만에 10억 원가량 오른 18억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세종시의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근무했던 윤 의원이나 기획재정부 장관 보좌관을 지낸 윤 의원 동생의 남편 장모 씨가 농지 매입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내부 정보 이용이나 차명 거래 의혹으로 확산할 수 있는 부분이다.민주당 대권주자인 김두관 의원은 이날 SNS에서 "윤 의원 부친이 샀다는 땅의 위치, 그 땅의 개발 관련 연구나 실사를 KDI가 주도했다는 사실이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논란이 된 세종 스마트 산단의 경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7월 국정과제 지역공약으로 채택돼 2020년 9월 KDI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윤 의원 부친이 농지를 매입한 2016년 5월과 시차가 있다.

윤 의원은 전날 회견에서 "아버지의 경제활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지만, 위법한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고 해명했다.

장씨도 이날 SNS에서 "장인어른이 농지를 매입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산업단지 조성 관련 내용은 지금도 잘 알지 못하지만, 당시에도 알지 못했던 내용"이라고 밝혔다.

◇ "타이밍 절묘" vs "차익 노린 투자 아냐"
윤 의원 부친의 땅이 속한 지역을 잘 아는 이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세종특별자치시 정무부시장 출신인 민주당 강준현(세종 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자신의 지역구에 포함되는 세종시 전의면에 대해 "아직 미개발지역으로, 땅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강 의원은 "(KDI가 예비타당성조사를 한) 스마트 국가산단과는 10㎞ 이상 떨어진 곳"이라면서도 "미래 가치가 높은 것으로, 경작을 위해 땅을 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전의면 읍내리의 한 공인중개사는 통화에서 "전의면은 외진 동네라 5년 전에는 농지가 저렴했다"며 "땅값이 뛴 것은 최근 3년 반에서 4년 사이"라고 했다.

윤 의원 부친의 매입 '타이밍'이 절묘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다른 공인중개사는 "국가산단이나 미래산단을 호재로 갖다 붙이는데, 거기하고는 너무 멀다"며 "만약 투기를 하려 했으면 그렇게 깊숙한 데까지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도 SNS에서 "윤 의원 부친이 매입한 땅은 2015년에 많이 올랐고, 그 뒤 소강상태를 유지하다 작년 부동산 정책 실패 때 또 조금 올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오른 2016년 땅을 매입했기 때문에 만일 차익을 노린 투자였다면 실패한 투자"라고 덧붙였다.
◇ 與 되치기 우려 속 이준석 "尹이 해명해야"
국민의힘은 권익위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끼워 맞추기식 조사 결과를 내놨다고 비판해온 입장에서 윤 의원 부친의 투기 의혹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윤 의원이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앞장서 때려온 상징성 있는 인물이라 민주당이 이번 논란을 고리로 되치기를 시도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전날 윤 의원의 기자회견장을 직접 찾아 의원직 사퇴를 눈물로 만류했던 이준석 대표 역시 투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권익위에서 통보받은 것과는 전혀 무관한 내용으로, 관심 두고 지켜보기는 하겠다"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윤 의원 측에서 해명해야 할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투기 의혹을 조기 진화하지 못하면 윤 의원 개인에게도 치명타가 불가피해 보인다.

여당의 임대차 3법 강행 처리에 반대하며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국회 연설로 화제를 모았던 만큼 내로남불 프레임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불분명한 의혹만 가지고 윤 의원을 매도하거나 당이 수세적인 태도로 전환하는 것은 민주당의 역공에 휘말리는 자충수일 뿐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윤 의원이 충분히 소명할 것으로 본다"며 "특수본이 또다시 수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않도록 지속해서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이날 국회에 출근하지 않은 채 두문불출했으며, 기자들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대신 오후 늦게 의원실 명의로 취재진에 보낸 입장문에서 "부친의 토지 매입에 전혀 관여한 바 없으며, 수사 과정에서 요청이 있을 경우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의원 본인, 가족, 전 직장에 이르기까지 무분별한 억측과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며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