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신기록 행진 속 상승하는 금리, 금융주 매수할 때?

뉴욕 증시에서는 연일 신기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25일(현지시간) S&P500 지수는 장중 사상 처음 4500을 돌파했습니다. 종가는 0.22% 오른 4496.19였습니다. 전날 나스닥이 15000선을 넘은 데 이은 겁니다. 나스닥은 0.15% 뛰었고, 다우도 0.11% 오르며 사상 최고치에 1% 이내로 접근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 환호 안주 등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CNN이 집계하는 탐욕/공포 지수는 42로 아직도 공포 쪽에 가깝습니다. 주식을 사기보다 금융시장에 대기하는 자금이 많은 이유입니다. 그래서 시장이 상승하더라도 하루 상승 폭 자체는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이날 로이터가 월가 전략가 40여 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해서 발표한 결과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전략가들은 올해 말 S&P500 예상치가 4500(중간값)에 끝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란 예상입니다. 물론 이들은 그리 정확하게 맞춘 적이 많지 않습니다. 지난 5월 설문에서도 올해 말 지수가 4300으로 끝날 것으로 봤습니다.
이들은 다우 지수는 36000 수준으로 마감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현재보다 약 2% 오른다는 뜻입니다. 다우에는 기술주보다 경기민감주가 많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남은 기간에 경기에 민감한 분야가 상대적으로 더 강세를 보일 것이란 예상입니다.시너부스트러스트의 댄 모건 시니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은 낮은 금리와 막대한 부양책에 힘입어 상승해왔다. 하지만 그런 게 계속될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기업 실적도 3분기 전년 동기보다 30% 정도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봤습니다. 지난 2분기 S&P500 기업들의 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95%가량 급증했는데, 증가율이 크게 낮아지는 겁니다.

이들은 임금 상승, 증가하는 소비 수요와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인플레이션 급등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런 물가 앙등이 발행하면 미 중앙은행(Fed)이 급하게 긴축정책을 펴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웨드부시의 주식매매 담당 전무인 마이클 제임스는 "경제 재개, 금리의 향방, 잭슨홀 미팅에서의 발언 등 명확한 게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들은 내년 6월까지는 S&P 500% 지수가 3%가량 추가 상승할 것으로 봤습니다. 조정은 있겠지만 상승장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겠지요.

이날은 오랜만에 시장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1.35%까지 올라 이달 초 1.36% 이후 3주 만에 최고치로 높아졌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세가 미국에서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미국에서는 미주리와 아칸소, 플로리다 텍사스 등 먼저 델타 변이로 몸살을 앓았던 주들의 감염 증가세가 확실히 꺾였습니다.
또 델타항공이 백신을 맞지 않은 직원에게 매월 추가 의료보험료 200달러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기업들은 줄줄이 백신 접종 의무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존슨앤드존슨(J&J)의 백신은 부스터 샷(추가 접종)을 맞으면 항체 수치가 아홉 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원래 한 번만 맞아도 되지만 두 번 접종한 사람을 보니 첫 번째 접종 때보다 항체 수치가 크게 늘어나는 걸 확인했다는 겁니다.

웰스파고는 이날 "우리는 코로나 감염 추세가 점점 덜 나빠질 것으로 믿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또 Fed가 테이퍼링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를 기대한다. 이는 잠재적으로 금리의 하방 압력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제 파월 의장의 잭슨홀 미팅 연설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오는 27일 연설에서 기본적으로 '매파적'으로 말하진 않겠지만 어쨌든 자산 축소에 관한 힌트는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에 일부에서 국채 선물을 대량 매도했다고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금리 레벨이 너무 낮은 관계로 상승세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는 힌트들에 채권 시장이 빠르게 반등하는 것 같다. 앞으로 금리는 점진적으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월가 관계자도 "시장이 테이퍼링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어하는 만큼, 파월 의장이 구체적 일정을 내놓지는 않더라도 뭔가 설명할 것으로 생각한다"라면서 "그래야 Fed가 중시하는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0년물 금리는 특히 이날 오후 1시부터 치솟았습니다. 미 재무부의 5년물 입찰 결과(610억 달러)가 발표된 직후입니다. 발행금리가 연 0.831%로 당시 시장 금리인 0.829%에 비해 0.2bp(1bp=0.01%포인트) 올라간 탓입니다. 응찰률은 2.35배(지난달과 같은)로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요가 줄었습니다. 아무래도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전날 미 하원이 3조5000억 달러 상당의 민주당 주도 인프라법안(사회복지 패키지)을 예산조정 절차를 통해 처리하기로 표결하고, 민주당 지도부는 1조2000억 달러 상당의 초당적 인프라법안을 9월27일까지 표결하기로 한 것도 금리 상승에 영향을 줬습니다. 얼마만큼 증세할지에 달려있긴 하지만 인프라 투자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국채 발행 규모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니까요.
모건스탠리는 이 인프라 패키지들을 분석하면 도로, 교량, 철도 등 '정말' 인프라에 쓰이는 돈은 10%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사회복지에 사용된다고 지적합니다. 이번 인프라딜이 국가 생산성을 높이기보다는 국가 부채만 대량 발생시킬 것이란 냉소적 지적도 나옵니다.

인플레이션도 금리 상승세에 힘을 싣는 요인입니다. 델타 변이로 인해 아시아 수출국들의 공급망 혼란이 심화하면서 ‘일시적’이라던 인플레이션은 언제 낮아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월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경제성장률이 5~6%에 달하고, 인플레도 5%가 넘는데 금리가 1%대라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요즘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게 바로 금리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따져보면 곳곳에 금리 상승 요인이 도사리고 있는 겁니다.

이날 금리가 오르자 수혜주인 금융주가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JP모간은 2%, 웰스파고는 1.9% 상승했습니다. 지역은행들인 자이언은 1.6%, 리전스파이낸셜은 1.5% 올랐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금융주들에 대해 긍정적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올해 기록적 이익을 내고 있는 금융사들이 줄줄이 대규모 자사주매입에 나서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자사주매입이 가장 많은 업종(금액 기준)이 다음 몇 달 동안 시장수익률을 넘어서는 좋은 수익률을 낸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작년부터 올해 3월까지는 기술주들이 자사주매입을 주도했는데, Fed가 지난 3월 금융사들의 자사주매입을 허용한 뒤 금융사들의 규모가 기술주들을 넘어섰다는 것입니다. 금융사들의 현재 자사주매입 규모는 2010년 이래 사상 최대에 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