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수입 전력반도체 국내 생산"…창립 52돌 KEC, 제2 도약 나선다

구미 국가산업단지 1호 기업인 KEC가 전력반도체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KEC 제공
경북 구미의 KEC(대표 김학남)가 미래형 오토·인더스트리 전력반도체로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올해로 창사 52년째를 맞은 KEC는 우리나라 대표 비메모리 종합반도체 기업이다. 대한민국 전자산업의 태동기인 1969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전자산업에 대한 원대한 포부를 품고 낙동강변 허허벌판인 구미읍 모래밭에 대한민국 1호 전자산업단지인 구미국가산업단지를 조성했다. 우리나라 1호 국가산업단지의 1호 기업이 KEC다.전력반도체는 전자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은 절대다수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편중돼 연간 2조원 규모인 전력반도체의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등 보호무역 기조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전자산업의 밑거름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산업, 그중에서 중요한 전력반도체를 외국에 의존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전자산업의 경쟁력에 큰 위기다. 자동차산업에서 전자 부품 수요가 증가해 전력반도체 수급이 문제가 되면서 KEC에 기회가 찾아왔다. 전력반도체 부족으로 완성차업체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는 상황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KEC가 아날로그 소신호 반도체 기술력으로 트랜지스터, 다이오드 등을 통해 축적한 품질력을 바탕으로 패러다임 시프트를 선포하고 전력반도체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한 것은 2006년이다. 전력반도체업계에는 기존의 막강한 글로벌 강자들이 포진해 있어 어려움이 컸다. KEC는 회사의 역량을 기술 부문에 집중하며 15년을 버텨낸 끝에 창립 50주년이던 2019년 KEC그룹 비전 2025를 선포하며 전력반도체산업에서 승부를 걸었다.

KEC는 전력반도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모터 구동을 위한 인버터 효율 향상 기술, 인버터를 구성하는 핵심소자의 전력반도체 제조 기술, 스위칭 소자부터 컨트롤 SoC(시스템온칩) 전반에 걸친 시스템 구성 기술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파워·반도체 상용화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KEC는 지난달 선진국에서도 2개 기업만 성공한 전력반도체인 SiC MOSFET의 개발에 성공했다. KEC는 나아가 반도체 소자의 소형·고효율화가 가능한 트렌치(수직) 구조 기반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위해 50여 명의 핵심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부족한 생산 인프라 확충을 위해 국내외 생산 거점에 대한 설비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글로벌 전자기업 및 국내 자동차기업과 30년 이상 신뢰관계를 구축한 KEC는 글로벌 전자유통 전문 기업과 협약을 체결해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동유럽 시장에도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KEC의 올 상반기 매출은 125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증가했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500억원 증가한 2500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김학남 KEC 대표는 “KEC가 미래형 오토·인더스트리 글로벌 전력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기술과 마케팅 분야 핵심 인재를 적극 확보 및 지원하고 있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기위해 투자 재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겠다”고 밝혔다. KEC는 소신호, 범용 반도체에서 파워소자와 IC로 기존 민생용 시장에서 전장, 산업용시장으로 전환해 2025년 매출을 현재의 두 배로 늘려 전력반도체의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이다.

구미=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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