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감성과 소통 '따뜻한 비즈니스' 시대…여성 창업이 지역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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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훈 < 소셜캠퍼스 온 경북센터장 >‘한 명의 여성이 떠나면 한 가정이 사라진다.’ 40여 년 전부터 증명돼온 명제이다. 반대로 여성 한 명이 남으면 한 가정이 이뤄져 지방 위기를 극복할 가능성을 하나씩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명제의 반증이기도 하다.
대규모 기업 투자와 정부 개발사업으로 지방의 여성 일자리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은 오래 전 일이다. 그렇다고 우리 지방이 모조리 사라질 때까지 넋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 미래 산업과 트렌드에 부합하는 여성 창업과 그에 매칭되는 일자리 전략을 수립해 우리 지역에 한 명의 여성이라도 더 남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할 때다.4차 산업 본격화는 경제와 산업, 일자리 구조뿐만 아니라, 사회·문화, 심지어 인간성의 본질까지 바꿀 것이 분명하다. 수년 내 공감과 소통, 인간적 온정, 감성과 자연의 비즈니스가 일자리와 더 나은 부가가치를 만들 가능성의 시대로 변모할 것이다.
물리력과 계산 능력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능력의 시대, 수치 제어가 아니라 감성 공유의 시대, 기계가 기계를 만들고 프로그램이 프로그래밍을 하는 시대, 함수와 방정식이 아니라 언어와 감성이 인류가 처한 숙제의 미지수를 풀어가는 시대에는 인간적 따뜻함의 비즈니스가 최선의 수익이자 좋은 일자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탄생의 축복부터 임종의 이별까지, 이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한편 이의 반대 급부로 이해와 공감의 서비스가 극적으로 우대받고 최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올 것이 분명하다.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따뜻한 경제·산업의 시대, ‘실버’와 키즈, 내추럴의 관점에서 여성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창업 육성 및 지원에 집중할 시점이다. 역설적이게도 고령화 위기는 노인 돌봄 수요를, 저출산 위기는 다양하고도 시장성 있는 교육·체험·돌봄 수요를 창출해 낼 것이며, ESG 시대를 맞이하는 여성의 강점인 윤리와 환경 이슈 역시 여성 창업의 강점이기도 하다.
우리 지역 사회와 산업·경제 분야에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일자리 창출 및 산업구조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자. 21.5세기의 최고 고부가가치 산업은 노동집약도, 자본집약도, 기술집약도 아닌 감성과 소통집약 산업이다.
둘째, 시대를 대비한 여성 창업 및 일자리 모델을 집중 육성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노마드 시대, 이제 공간은 전제조건이 아니다. 디지털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모든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넷째, 교육 및 관련 서비스 산업의 인재 육성 전략은 ‘가르침’이나 ‘코칭’에서 ‘매칭’(공감하는 동반자 되기)으로 수정해야 한다. 다섯째, 돌봄 서비스 산업이 ‘보살핌’에서 ‘반려인’으로 변모할 것이므로 관련 사업모델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여섯째, 소멸 위기야말로 실버 및 키즈 산업의 부상을 의미하므로 여성이 강점을 지닐 수 있는 사업이 즐비하다.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특히 경북이 가지는 효(孝)의 이미지, 자연과 농산어촌 어매니티는 좋은 사업적 배경이 될 수 있다. 일곱째, 새 시대에 맞는 규제 개혁이 동반돼야 한다. 시대가 바뀌면 제도도 따라 바뀌어야 하는 법이다. 지방 소멸 위기의 핵심 지표는 고령자 대비 가임 여성의 비중이다. 이제 누구도 거부할 수 없다. 여성이 있어야 지역이 살고, 창업을 해야 여성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