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한은, 기준금리 0.5%→0.75%…막 내린 '초저금리 시대'

한은,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경기회복 자신감에
불어나는 가계부채 우려도
한국은행이 15개월 만에 초저금리 시대에서 벗어났다. 치솟는 물가를 잡고 불어나는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이후 위축된 경기를 북돋기 위해 돈을 풀었던 '유동성 잔치'가 막을 내리게 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안팎의 실물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봤다. 이르면 다음 금통위가 열리는 오는 10월에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6일 연 0.5%인 기준금리를 연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마지막으로 올린 것은 지난 2018년 11월30일(연 1.50%→연 1.75%) 이후 처음이다. 이후 경기 대응을 위해 2019년 7월과 10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내렸다. 한은은 지난해 3월에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75%로 0.5%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5월에 사상 최저인 연 0.5%로 추가 인하했다.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덮친 실물경제의 앞으로 흐름이 불투명해진 만큼 이달에는 금리인상을 건너뛸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지표로 확인한 실물경제와 민간소비도 훼손폭은 크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실이 신한카드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7월 신한카드 결제금액은 14조517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7% 늘었다. 지난 6월과 비교해서도 2.3% 불었다.

민간소비와 밀접한 소비자심리지수도 바닥을 다지는 양상이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2.5로 전월대비 0.7포인트 하락했다. 내림세를 보였지만 하락폭은 7월(7.1포인트) 보다 축소됐고, 지수 자체도 기준선인 100을 넘어섰다. 정부가 편성한 2차(34조9000억원)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도 성장률을 밀어 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이를 반영해 한은은 이달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 경제성장률을 4%로 유지했다.

불어나는 가계부채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했다. 지난 6월 말 가계신용은 1805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신용은 금융회사의 가계 대출에 신용카드 할부액 등 판매신용을 합한 것으로 통상 가계부채 지표로 활용된다. 6월 말 가계부채는 지난 3월 말에 비해 41조2000억원(2.3%) 늘었다. 1분기 늘어난 36조7000억원보다 증가폭이 더 커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68조6000억원(증가율 10.3%) 늘었다. 전년비 증가폭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저금리에 차입비용이 줄어들면서 부동산과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차입금을 조달하려는 가계가 늘어난 결과다. 뭉칫돈이 몰린 부동산도 과열 양상을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7월 평균 매매가격은 전달보다 1억8117만원 오른 11억930만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처음 11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빨라지는 물가 상승 속도를 억제하려는 것도 금리인상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은은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종전 1.8%에서 2.1%로 높였다. 2012년 후 처음으로 한은 물가안정목표치(2%)를 돌파하는 것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