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업들 주도하는 진단 의료기기 시장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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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 「케이스스터디」SD바이오센서는 국내를 대표하는 진단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 상반기에만 매출 1조9595억원, 영업이익 966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영영이익 모두에서 국내 진단업계 1위다.
SD바이오센서, 브랜드 재정비·파격 디자인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 주력 제품으로 키워
주변 사람 거부감 막는 작고 예쁜 패키지
진단 의료기기 시장은 미국 애보트, 스위스 로슈 등 긴 업력을 자랑하는 해외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시장이다. 주요 5개 기업이 진단 시장의 80%를 과점하고 있다.SD바이오센서는 브랜드 이미지를 재빠르게 구축해 신뢰도가 중요한 진단 시장에서 매출을 빠르게 늘리는 데 성공했다. 15분안에 코로나19 진단이 가능한 신속 항원진단키트를 인도, 유럽 등에 공급하면서 이 제품군에서만 지난 상반기 매출의 90% 이상을 냈다.
지난 6월 선보였던 TV광고는 일반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이 회사의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SD바이오센서는 대형 모델을 기용하고 시청자들의 일상과 사업을 연계할 수 있는 영상들을 활용해 따뜻하고 신뢰감을 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려 했다.
상황 1 시장 점유율 경쟁서 뒤져
도전 1 브랜드 재정비, 파격 디자인
SD바이오센서는 현장진단 위주 의료기기 제품을 공급한다. 10여년전부터 구축해왔던 영업망과 기술력이 있었지만 그간 글로벌 진단기업과의 시장 점유율 경쟁에선 뒤쳐져 있었다.이 회사는 ‘제품의 성능뿐만 아니라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곧 기술력’이라는 생각에 애보트, 로슈 등 경쟁 기업의 브랜딩 전략을 분석했다.
이들 회사는 기업이미지(CI)와 브랜드이미지(BI)가 체계적으로 잡혀 있고 각 제품군의 브랜드들이 시장 내에서 서로 충돌하지 않게 자리잡고 있었다.중소 의료기기 업체가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업계 신뢰도를 쌓을 수 있는 브랜딩이 필요하다는 게 회사 측의 판단이었다.
SD바이오센서는 150가지 이상의 제품들을 5개 브랜드로 나눠 출시했다. 한 번에 1개 브랜드만 내놓는 게 아니라 5개 브랜드를 동시에 재정비해서 시장에 내놓기 위한 결정이었다.
각 브랜드들엔 진단 표준을 의미하는 단어인 ‘스탠다드(Standard)’를 모두 적용시켰다. 진단 방식을 뜻하는 약자를 이 단어 뒤에 붙여 각 브랜드 제품군별 정체성을 살리면서 브랜드 전체에 통일감을 줬다. 신속진단(Quick)을 뜻하는 ‘스탠다드 Q’, 형광면역진단장비(Fluorscence)를 상징하는 ‘스탠다드 F’, 분자진단(Molecular)를 가리키는 ‘스탠다드 M’ 등이 대표적이다.
제품 포장도 바꿨다. 의료진이 제품을 단번에 인식할 수 있도록 패키지 옆면에 브랜드 컬러를 넣었다. 제품 디자인이 보수적인 진단 업계에서 앞면이 아닌 옆면에도 컬러를 사용한 것은 파격적인 행보였다.
일관된 패키지 디자인을 적용하되 브랜드마다 색만 다르게 해 회사 정체성과 제품 구별의 용이함을 모두 살렸다.
제품명 글씨 크기도 20~30% 키웠다. 한 브랜드에만 65종 제품이 있는 경우가 있어 제품 간 혼동을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
SNS도 적극 활용했다. 홍보영상을 알리는 수준을 넘어 제품 사용방법을 영상으로 제작했다. 제품 사용설명서와 포장지 겉면엔 QR코드를 삽입해 제품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늘렸다.
상황 2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 급증
도전 2 신속진단키트, 주력 제품으로 키워
지난해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진단키트 수요가 급격하게 늘었다. SD바이오센서는 다양한 진단 제품군 중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누구나 손쉽게 검사할 수 있는 신속진단 브랜드인 스탠다드 Q를 주력 제품으로 준비했다. 코로나19 발병 후 6~7주 만에 신속 항원진단키트 제품 개발에 성공한 뒤 세계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목록 등재, 국내 최초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식허가를 획득했다.
의료진의 도움 없이 자가 진단이 가능한 스탠다드 Q 제품을 내놓는 건 또 다른 과제였다. B2B가 아닌 B2C 시장을 타깃으로 삼아야했기 때문이다.
기존 제품은 사용자인 의료진이 알아볼 수 있으면서도 눈이 피로하지 않고 질리지 않는 색을 선택해야 했지만 B2C 유통에선 이러한 디자인으론 이목을 끌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회사는 채도를 높인 형광색을 적용해 진열대에서 눈에 띄도록 했다. 구매자의 심리도 고려했다. 코로나19라는 무서운 질병을 검사하는 제품을 사러 갔다가 ‘코로나19 걸렸나봐’ 하는 주변의 거부감이 생기지 않게 최대한 작고 예쁘게 패키지를 구성했다.
편의점에서 비타민 음료를 사는 것처럼 쉽게 손이 갈 수 있는 진단키트를 내놓겠다는 게 회사의 목표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 회사가 판매한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지난 7월 기준 누적 8억5000만 회분에 달한다.
상황 3 국내 의료진만 아는 회사
도전 3 대형 모델 기용한 TV광고
브랜딩 전략으로 진단업계에선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았지만 국내에선 대중적 인지도가 낮았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하기 위해서라도 기업 인지도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고민하던 중 인지도를 끌어올릴 방향성을 잡게 된 일화가 있다.지난해 수고한 임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케팅본부장이 “임직원들 전체에게 회사 로고가 담긴 텀블러와 에코백을 제작해 주면 어떨까”라고 묻자 한 사내 직원이 “회사 로고가 있는 에코백은 부담스럽다”며 최대한 로고를 작고 안보이게 제작하는 게 어떨지를 물은 것이다.
임직원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회사가 돼야 CI의 가치를 일반인들에게도 제대로 전달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 SD바이오센서는 강수를 뒀다. 신뢰성, 도덕성, 깨끗한 이미지를 갖춘 대형 모델을 등장시킨 TV광고를 내놓기로 했다.
SD바이오센서는 광고 모델로 배우 송중기를 기용했다. 광고 초반부엔 코로나19 이전의 밝은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장면으로 아기의 옷, 아이스크림 등의 소재를 활용했다. 후반부는 사람들의 손이 서로 마주하는 장면을 이용해 ‘다시 가까워지자’는 메시지와 함께 시각적인 재미를 살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줄이는 일. 다시, 세상이 가까워질 수 있도록, 생명을 지키는 모든 시작’이라는 광고 카피도 더했다. 일상과 무관해보였던 진단키트가 사람들의 거리를 줄이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살린 내용이었다.
해당 TV광고는 지난 6월말 유튜브에 게재된 지 약 두 달 만에 누적 조회수 2000만 건을 넘겼다. 회사 관계자는 “다양한 성별, 연령층, 국적의 사람들을 등장시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주면서 밝은 음악을 사용해 희망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SD바이오센서는 의료진이 주사용자였던 체외진단기기를 공급해 온 의료기기 기업이다. 의료기기 시장은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기존 글로벌 기업의 위상이 확고해 신생 기업이 시장을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이 회사는 2017년 마케팅·홍보 기획 부문을 재정비하면서 해외 진단기업들의 브랜딩 전략을 분석했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150여종 제품들을 5개 브랜드로 정비하고 브랜드별 디자인에 통일감을 줘 기업 정체성이 시각적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했다.
가독성을 키운 패키지 디자인과 눈에 띄는 색상 배치로 제품 포장을 차별화했다. SNS로 제품 사용법 영상을 제공하고 QR코드를 더해 사용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데도 신경을 썼다. B2B 위주였던 진단업계에선 보기 힘든 신선한 시도였다.
TV광고에선 이 회사가 지켜온 철학이 돋보인다.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 검사를 통해 사람들의 삶의 질을 올리고, 인류 건강을 지키는 건강한 기업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SD바이오센서의 경영 방침이다.
의료기기 사업을 삶의 질, 인류 건강이라는 보편적 가치로 해석해 왔던 기조를 광고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공감하지 않을 소비자는 많지 않다. 감염병 대유행으로 멀어진 사람들의 거리가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게 대부분의 마음일 것이다.
SD바이오센서는 의료업계에선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신선한 시도들을 일관된 브랜딩과 인류 보편적 가치로 풀어냈다.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경영방침과 브랜딩 전략을 갖추고 있었기에 코로나19로 폭증한 진단키트 수요를 기회로 포착할 수 있었다.
이주현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가끔 뉴스에서 일부 유명 연예인의 높은 광고 출연료를 보고 놀랄 때가 있다. 그런데 기업은 절대로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유명 연예인에게 수 억원의 광고 출연료를 지불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 비용을 충분히 넘어서는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유명 연예인의 광고 출연 효과를 마케팅 이론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소비자 정보처리 과정에서 주의(Attention) 정도를 높여 주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1)관여도가 높은 정보, (2)유쾌한 정보, (3)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유명 연예인의 광고 출연은 타깃 소비자의 상황적 관여도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매력적인 모델이 소비자의 기분을 유쾌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주의를 높이는데 효과적이다.
만약 해당 제품군에서 평소 기대하지 않았던 연예인이 등장한다면 주의 집중 정도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균형 이론(Balance Theory)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균형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평소 신념과 태도가 조화를 이룰 때 마음의 편안함, 즉 심리적 균형 상태에 도달한다.
만약 불균형한 상태에 빠지면 본능적으로 편안한 상태로 가고 싶어한다. 이 과정에서 특정 제품에 대한 태도가 형성되기도 하고, 부정적인 제품 태도가 긍정적으로 개선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유명 연예인이 특정 제품 광고에 등장하면, 그 제품에 대해 왠지 모를 호감이 형성되곤 한다. 본능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모델’이 ‘내가 좋아하는 제품’에 광고 모델로 출연하는 것을 심리적으로 편안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이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당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다.
SD바이오센서 역시 송중기라는 스타 연예인을 기용하면서 매우 큰 마케팅 효과를 얻었다. 특히 기업공개(IPO)를 앞에 둔 상황에서, 그리고 B2C 제품에 진출하는 SD바이오센서 입장에서 인지도 향상은 매우 중요한 과제였을 것이다.
평소 익숙하지 않은 바이오 제품에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면서 타깃 소비자들의 주의 집중이 높아졌고, 균형 이론에 따라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제품 태도가 유도되었다.
인지도 향상은 내부 직원의 만족도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내가 스스로 좋은 직장을 다닌다고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다니는 직장을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제 SD바이오센서의 다음 과제는 성공적으로 구축한 인지도를 어떻게 그 다음 단계, 즉 지식(Knowledge), 호감(Liking), 선호(Preference), 확신(Conviction), 구매(Purchase)의 단계로 유도하느냐이다.
인지도는 제품 구매로 이어지기 위한 첫 출발일 뿐이었다. 마케터는 이처럼 소비자 구매 행동 과정을 체계적으로 이해하여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용기내 챌린지’가 확산하고 있다. 음식 포장으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자는 운동이다. 코로나19로 배달음식 수요가 급증해 음식 포장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운동이라 매우 환영할만하다.
식당이나 반찬가게에서 용기(courage)를 내서 용기(container) 내(in)에 음식을 담아오자는 뜻에서 ‘용기내’라는 이름이 붙었다.
비닐과 플라스틱 포장에 익숙한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다회용기를 꺼낸다는 것이 조금은 쑥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래서 용기를 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를 위해, 미래 세대를 위해 옳은 일을 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당당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다수의 사람들과 다른 행동을 하려고 하면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게 된다. 학술연구에서는 이를 ‘체면 민감성’(social face sensitivity)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정도를 가리킨다.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평가받거나 관찰될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로 인해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일수록 타인을 많이 의식하며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다. 그래서 체면을 지킬 수 있는 행동을 통해 자신의 사회적 품위를 유지하며 자존심을 보호하고자 한다.
SD바이오센서는 스탠다드 Q 제품을 내놓으면서 B2C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시장에서 코로나19 신속자가진단을 위해 이 제품을 사려는 사람들은 주위의 의심스러운 시선에 불편할 수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큰 요즘인지라 “혹시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인가?”하는 주변의 거부감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SD바이오센서는 이런 점을 감안해 스탠다드 Q 제품을 무서운 전염병과는 거리가 먼 듯한 느낌이 들도록 작고 예쁜 패키지로 만들었다.이제는 식당에 가서 주문한 포장음식을 담아오기 위해 용기(container)를 내(in)는 일이 용기(courage)낼 일이 아니라 환영받고 칭찬받는 일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신속 진단키트를 사는 것이 혹시나 모를 감염 여부를 빨리 확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한 ‘선한 일’이라는 생각을 우리 모두가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또 다른 ‘용기(courage) 내! 챌린지’를 마케팅팀에서도 고려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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