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카불행' 못 알렸다…"탈레반, 버스 15시간 세우고 구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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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응 주아프간대사관 공사참사관이 전한 상황
탈출자 통과한 곳에선 3일뒤 폭탄테러
김 공사참사관 "15시간 버스 내린 이들 사색"

390명의 아프가니스탄인들을 국내로 이송하는 ‘미라클 작전’을 지원한 김일응 주아프간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은 27일 취재진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탈출자들은) 그 더운 날씨에 에어컨도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창고같이 밀폐된 공간에 갇혀 있었고, 한 사람은 버스에 들어온 탈레반에 의해 구타도 당한 모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탈출자 중 364명은 지난 24일 50인승 버스 4대를 이용해 공항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국내에 온 아프간인들 중 생후 1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신생아가 3명, 10세 이하의 영유아가 190여명에 달할 정도로 절반 이상은 어린 아이던 상황이었다.

김 공사참사관은 “여권이 없던 사람이 대부분이라 예외적으로 여행증명서를 (외교부) 본부에서 만들어 외교행랑으로 보내줬다”며 “탈레반은 이들의 여행증명서가 원본이 아니라 사본이라고 시비를 걸었고 내가 공항 밖으로 나가겠다 하니 그제서야 (버스를) 통과시켜줬다”고 말했다.
목숨을 건 작전 수행 사실은 가족들에게 알리지도 못했다. 김 공사참사관은 “개인적으로 집사람과 4년 전에 사별해서 딸만 둘”이라며 “걱정할까봐 말도 못해 내가 카타르에 있는 줄 알던 딸들이 뉴스를 보고 카불 다녀왔냐고 물으며 ‘아빠도 참…’이라더라”고 말했다. 국민들에게 감사의 뜻도 전했다. 그는 “진행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인 부분이 국내 여론이었다”며 “이들이 잘 정착해서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