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테러 발생 순간…탈출행렬 집결 공항·호텔 2차례 '쾅'(종합)

오후 6시께 군중 속 자살폭탄 조끼 터트려…총격도 발생
사전 테러 경고에도 '탈레반 피하자' 공항으로 몰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공항 인근에서 결국 우려했던 대로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가 자살폭탄 테러 공격을 감행했다.이로 인해 아프간인 최소 90명과 미군 13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테러는 특히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을 피해 국외로 탈출하려는 인파 행렬 가운데에서 벌어져 인명 피해가 컸다.

영국의 일간 텔레그래프,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두 건의 이어진 폭탄 테러는 26일 오후 6시(이하 현지시간)께 벌어졌다.첫 번째 테러는 공항 남동쪽 애비 게이트에서 발생했다.

이 게이트는 최근 수주 간 공항으로 몰려든 이들에 대해 출국할 수 있는 적정한 자격이나 서류를 갖췄는지를 검사하는 관문 역할을 해왔다.

공항 주변은 하수로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수천명이 공항 벽과 하수로 사이에서 대기 중이었다.일부는 자리가 부족해 하수로 안에 들어가 공항 내 출입이 허용되기를 기다렸다.

이 상황에서 최소한 한 명의 남성이 자살폭탄 조끼를 터트린 것으로 전해졌다.

케네스 매켄지 미국 중부사령부 사령관은 첫 번째 테러범이 애비 게이트에서 미군의 검사를 받던 중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폭발 충격으로 인근 사람들이 주변과 하수로 등으로 떨어져 나갔고, 이들의 피로 인해 하수로 물은 빨갛게 변해 있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폭발 이후 여러 차례 총성이 들렸지만 누가 총을 쏜 것인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NBC 방송에 따르면 미군 측은 IS 조직원들이 미군 및 아프간인들을 향해 총기를 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한 목격자는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사람들이 폭발음을 듣고는 공포에 질렸다.

이때 탈레반 조직원들이 게이트에 있던 군중을 해산하려고 총을 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테러 위험이 높다며 자국민과 아프간인들에게 카불 공항으로 가는 것을 피하고 즉각 떠날 것을 경고했다.

카불 주재 미국대사관이 웹사이트를 통해 시민들에게 즉각 떠나라고 경고한 출입구 중 한 곳이 이날 테러가 발생한 애비 게이트다.

두 번째 폭발은 공항에서 몇 블록 떨어진 배런 호텔 주변에서 발생했다.

다만 폭발이 호텔 인근에서 발생했는지, 호텔에서 공항으로 가는 도로의 끝에서 발생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배런 호텔은 최근 며칠간 미국인과 영국인, 아프간인 등이 차편을 통해 공항으로 옮겨지기 전 집결지로 활용되던 곳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호텔이 강화된 외벽과 무장 보안요원, 공항 접근성 등의 이유로 방위산업체 관계자와 언론인, 사업가 등을 포함해 서구인들이 주로 찾는 곳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 현장 상황이 정확히 전해지지 않고 있고, 미군 역시 상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이번 테러 발생 상황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첫 번째 폭발이 배런 호텔에서 발생했고 두 번째 폭탄이 애비 게이트에서 터졌다거나 오후 6시께 수분 간격으로 두 건의 폭발이 발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간 가디언은 한 곳에서는 자살폭탄 조끼를, 다른 곳에서는 차량을 이용한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2명의 자살폭탄 테러범과 알려지지 않은 숫자의 총기 소지자들이 최대한 많은 사상자를 내기 위해 북적거리는 군중 속에 잠입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텔레그래프는 서방 국가들이 테러 위협을 강하게 경고했음에도 탈레반 통치하에서 생명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느낀 이들이 계속 공항으로 몰려들었고, 이것이 인명 피해를 키웠다고 전했다.

이번 테러 발생 다음 날인 27일 새벽에도 카불 공항 인근에서 일련의 폭발음이 들려 주변 거주자들이 추가 공격에 대한 두려움에 떤 것으로 NYT는 보도했다.

그러나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들 폭발은 미군이 탄약 등 장비 등을 파괴하기 위해 진행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