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이라도 내 집 사려고 했는데"…하루아침에 '날벼락'

경기도 동두천시 6개동 오는 30일부터 조정대상지역
가계약 취소, 계약 번복까지…
"인구 9만명에 이제 4억 넘었는데 너무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동네에서 가장 비싼 집이 4억입니다. 많이 올랐다고 하더라도 이 동네 매수하는 분들 사정을 알긴 아는 겁니까", "가계약은 대부분 취소구요. 오늘 집보러 오신다는 분들도 좀 더 생각하고 오겠다고 합니다", "조정대상지역이 된 건 좋게 볼 수도 있는데, 금리인상까지 겹치니까 아무래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아요"….(동두천시 일대 공인중개사들)

경기도 동두천시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지역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동두천시는 가계약이 취소되고 집을 보러오는 매수인들이 오지 않는 등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동두천 일부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된데다 직전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동두천 6개동, 30일부터 조정대상지역 앞두고 계약취소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을 통해 동두천시 송내동, 지행동, 생연동, 보산동, 동두천동, 상패동 등 6개동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었다. 수도권전철 1호선 지행역 인근의 동들만 규제로 지정한 것이다. 실제 동두천에 아파트들도 이 지역에 대부분 몰려 있다.

이로써 전국 조정대상지역은 112곳, 투기과열지구는 49곳이 됐다. 경기도에서 규제가 없는 시군구는 여주·포천·이천시, 양평·연천·가평군 등 6곳에 불과하다. 조정대상지역은 오는 30일부터 시행된다. 때문에 주말에 계약을 앞두거나 집을 보러 오기로한 약속들이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동두천시의 아파트 거래량과 상승률을 감안해 규제로 묶었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의 목소리는 다르다. 서울에서 온 갭투자자들도 있었지만, 양주에서 밀려온 무주택자들이 규제를 받지 않고 매수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부가 사정을 모르고 규제하면서 동두천에서라도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자들의 의지를 꺾고 있다고 봤다.

지행동 A공인중개사는 "동두천은 원래 매매 보다는 전월세 중심으로 계약이 많았던 곳"이라며 "양주까지 규제가 들어오고, 전셋값이 오르면서 동두천에 집을 사놓는 수요가 올해들어 급증했다"고 말했다.

현지 실수요자들은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올해 집값이 워낙 올라 규제가 올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규제를 바로 하기에는 집값이 절대적으로 낮다고 봐서다. 지행동에 오래 살았다는 김모씨는 "동두천은 수년간 전세는 1억대 매매는 2억대로 거의 정해져 있을 정도로 부동산 시장변화가 거의 없었던 동네"라며 "이제야 좀 상승해서 양주 반이라도 따라 갈까했는데 바로 규제가 나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값이 10억원을 호가하고 인구 40만~50만명의 대도시와 같은 규제를 받게 되다니 답답하다"고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통계청에 따르면 동두천시의 인구는 9만3000명가량으로 인구가 10만명을 넘은 적이 없을 정도로 소규모의 도시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에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동두천시 최고가 거래 아파트는 지행동 '지행역 휴먼빌' 전용 123㎡(약 46평)로 지난달 4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2009년 준공된 272가구의 단지다.

그럼에도 조정대상으로 지정된 까닭은 올해들어 거래량이 늘어났고, 집값이 오른데다 청약경쟁률도 치솟고 있어서다. 올해들어 나온 관련 지표에서 동두천은 대부분 경기도 1위를 차지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원 이하 구간은 50%, 9억원 초과분은 30%로 제한된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은 50%가 적용되는 등 대출규제와 함께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이 강화된다.

"올해 집값 68% 오르고 거래량 120% 급증"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이 KB리브부동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동두천의 3.3㎡당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622만원이었는데 7월에는 842만원으로 35.4% 상승했다. 경기도에서 상승률 1위를 나타냈다. 송내동 송내주공5단지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 1월 1억9000만원(18층)에 실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3억2000만원(8층)에 거래됐다. 올해에만 1억3000만원, 상승률로는 68.4%가 올랐다.
거래량도 급증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동두천 아파트 거래량은 2249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21가구에 비해 120.3% 늘어났다. 같은기간 경기도 전체 아파트 거래량이 31.4%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청약경쟁률도 최고치가 나왔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1순위를 받았던 '지행역 센트레빌 파크뷰'는 134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2199건이 청약 통장이 몰려 평균경쟁률 16.4대 1을 기록했다. 동두천에서 1순위 청약마감은 처음인데다 역대 최고 경쟁률이 나왔다. 특히 전용면적 84㎡B형의 경쟁률은 24.8대 1에 달할 정도로 이례적인 기록을 남겼다.전세계약을 해 내달 동두천으로 이사 예정인 김모씨는 "살고 싶다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이 밀려난 측면이 많다"면서도 "사실상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규제이고 집값이 많이 오른데다 금리까지 상승하니 무주택자들을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